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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he Rules of Game: The Case of SK Encar

“중고차 시장에도 신뢰-서비스 있다” SK엔카,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다

한인재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중고차를 영어 속어로 ‘레몬’이라고 부른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엉터리인 중고차를 먹음직스러운 색깔과 향기에 윤기까지 흐르지만 그냥 먹기에는 너무 신 레몬에 비유한 것이다. 구매자가 중고차의 사고 이력과 수리 내역, 내부 관리 상태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에, 겉모양만 보고 중고차를 샀다간 후회하는 일이 많다.
 
한국에서도 중고차는 어느 정도 속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때문에 중고차 구매자들은 무조건 값을 깎으려 하고, 그럴수록 판매자들은 더 속여 팔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중고차 매매상들은 결국 영세한 규모를 면치 못한다. 물론 독과점 사업자가 없다는 측면에서 중고차 시장은 결과적으로 완전경쟁시장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의 불균형으로 시장이 왜곡된 결과일 뿐이다.
 
미국에서 이런 중고차 시장의 판을 바꾼 회사가 있다. 1993년 설립된 카맥스다. 카맥스는 ‘정직함’과 ‘신뢰’를 전면에 내세웠다(초기 카맥스의 모토가 ‘Honest Rick’s Used Cars’였다). 카맥스가 구매한 중고차는 평균적으로 12시간의 검사 및 정비 작업을 거친 후에 판매용으로 나온다. 이때 국가가 지정한 검사 항목보다 많은 125가지 항목에 대한 검사 과정을 거친다. 카맥스는 30일간의 보증기간과 5일간의 환불보증기간도 두고 있다.
 
2009년 카맥스는 100여 개 점포에서 연간 약 35만 대의 중고차를 거래, 70억 달러(약 8.1조 원)가 넘는 매출을 올려 포춘 500대 회사(323위)로 성장했다. 중고차 업계의 월마트라 불릴 정도다. 2010년 9월 기준으로 카맥스의 시장가치는 61억 달러(약 7조 원)를 상회했다. 카맥스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다. 카맥스는 포춘지에 의해 최근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자동차 판매회사’로 선정됐으며, 2005∼2010년 6년 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 회사’에 선정됐다.
 
 
한국에도 레몬과 같은 중고차 시장에서 변화를 시도한 회사가 있다. 바로 SK엔카(이하 엔카)다. 2000년 출범해 1억4000만 원의 매출에 머물렀던 엔카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2009년 324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상반기에는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함으로써 연 매출 4000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그림1) ‘중고차’가 아닌 ‘신뢰’와 ‘서비스’를 판다는 기업 철학과, 매입과 판매의 절묘한 균형을 통한 수익성 확보,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며 충성도를 높이는 정규직 및 고정급 중심의 인사 제도가 성장의 원동력이다.
 
재빠른 비즈니스 모델 전환
엔카는 출범 초기 ‘중고차 직거래 온라인 쇼핑몰’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박성철 대표이사가 최초로 이 사업 아이디어를 고안한 1990년대 말의 패러다임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과 중고차 사업을 접목시킨 오픈 마켓을 열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키고, 엔카가 ‘정비사 친구’가 되어 거래를 중개해 준다면 알선 수수료에다 광고 수익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어 보였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호주의 유사 업체는 이런 모델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사한 콘셉트로 출범한 경쟁사가 4곳이 넘었다. 중고차 거래자들이 알선 수수료를 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였다. 법적으로는 알선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거래자들은 ‘내가 광고하고 내가 전화했는데 왜 돈을 내야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절대 만나지 않는 일본, 국토가 워낙 넓어 사람들이 직접 만나기 어려운 미국과 호주와는 사업 환경 자체가 달랐다. 엔카가 받은 건당 1만 원의 광고료는 이 업체들이 거둬들이는 알선수수료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2년차에 접어든 엔카는 큰 결단을 내렸다. 직접 중고차 매매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 직거래 쇼핑몰 사업을 통해 ‘인터넷으로 중고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더라’는 소비자들의 긍정적 인식은 확보했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믿을 만한 업체가 직접 중고차를 팔 수는 없나’라는 구매자들의 욕구도 자연스럽게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2001년 4월 엔카는 1호 직영센터를 개설해 중고차 매매 사업을 시작했다. 25대의 중고차 재고를 갖고 조심스럽게 시작한 사업이 금세 200대 규모로 커졌다. SK엔카는 2002년까지 서울 서부와 강남, 대구, 인천, 대전, 부산에 직영센터를 내고 200억 원에 이르는 연 매출 규모를 달성하게 된다. 이후 엔카는 전국 각지로 직영센터(현재 20개)를 늘리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9년 중고차 4만3000여 대를 판매한 엔카는 2010년 5만 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고차가 아닌 신뢰와 서비스를 판다
SK엔카가 중고차 매매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SK엔카는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들면서 어느 정도 경제력은 있으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20대 중반∼40대 초반의 남성들에게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즉, 중고차를 단순히 ‘남이 타던 차’가 아니라 ‘삶과 추억이 담긴 기록’으로 여기며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을 수립했다. 이런 가치관 아래 도입한 서비스가 ‘차량 진단 서비스’와 ‘수리 보증 서비스’다.
 
 
수리 보증 서비스는 신차 보증기간이 끝났어도 계속 수리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과거 중고차 시장에서는 없었다. 엔카는 신차 출고 이후 7년 및 14만km 이내로 엔카가 진단한 차량들에 대해 수리보증서를 발급한다. 수리비용이 많이 드는 엔진, 미션 등과 같은 주요 부품에 대해서는 보증기간 내 수리비와 횟수에 상관없이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차랑 진단 서비스는 전문 평가사가 사고 여부와 주행거리 조작 여부뿐 아니라 외관 교체 여부, 각종 옵션 유무, 엔진과 변속기 등 115개의 체크리스트를 갖고 일반 소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내부 상태까지 진단해 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통해 구매자는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를 꼼꼼히 점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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