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는 밤나무 밭에 앉아 있는 까치 한 마리를 봤다. 장자가 까치를 향해 돌을 던져 잡으려 하는 순간 까치는 자기가 위험에 빠진 것도 모르고 나무에 있는 사마귀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고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사마귀 역시 자기 뒤에서 까치가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사실을 모른 채 매미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매미는 그것도 모르고 나무 그늘 아래서 자신이 가장 행복한 양 노래하고 있었다. 장자는 세상에 진정한 승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던지려던 돌을 내려놓았다. 그때 밤나무 밭지기가 쫓아와 장자가 밤을 훔치는 줄 알고 욕을 퍼부었다. 장자 역시 최후의 승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장자’에 나오는 우화다. 세상에 영원한 승리는 없다. 한번 승리했다고 그 승리가 영원하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장자의 철학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이런 철학을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 한다. ‘전쟁에서 한번 거둔 승리(戰勝)가 반복되지 않는다(不復)’는 뜻이다. “세상에 영원한 승리란 없다. 내가 지금 이룬 이 승리는 영원히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의 승리에 도취되거나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착각하지 마라. 승리는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 어제와 똑같은 방법으로 승리를 쟁취하려 하면 승리는 멀어질 것이다.” 전승불복(戰勝不復)은 이런 메시지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논리는 간단하다. 전쟁은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되는 전쟁의 환경은 바뀔 수밖에 없다. 기상조건(天時)과 지형조건(地利)이 바뀌고, 적의 상황(知彼)과 나의 상황(知己)이 바뀐다. 그런데 한 번 이룬 승리에 도취돼 새로운 전투 환경에 새로운 전략과 대안이 없이 싸운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손자병법’은 승리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오행(五行)의 순환에 비유했다. ‘저 우주의 구성물질인 오행(五行)을 보라. 어느 하나 승리를 독점하는 것은 없다(五行無常勝).’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쇠(金)는 불(火) 앞에 녹아버리고, 승자인 화(火)는 또 다른 승자인 수(水) 앞에서 승리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물은 다시 땅의 기운인 토(土)에게 빨려 들어가 무릎을 꿇고, 흙은 다시 나무인 목(木)에게 머리를 숙이고, 나무는 다시 금(金)에게 찍히고 만다. 과연 어느 기운이 우주의 진정한 승자인가? 손자의 철학은 세상에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서로 먹고 먹히고 있으면서 자신이 영원한 승리자인 듯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승자는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변화하는 조직이다.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겸손함으로 자신을 낮출 때 진정한 승리가 그 조직과 함께 할 것이다. 승리했다고 환호할 시간이 없다. 그 승리 뒤에 다가오는 또 다른 실패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한 번 승리했다는 것, 결코 환호만 하고 있어야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