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15초 동안이 고객을 평생 단골로 만들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진실의 순간(MOT·Moment of Truth)’이다.” 1981년 ‘MOT 마케팅’이라 불리는 고객 접촉 포인트에서의 서비스 혁신을 추진해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아 항공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얀 칼슨 당시 사장이 한 말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MOT 마케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고객과 기업 간의 접점이 인터넷, 휴대폰 등으로 다양해지고, 기업이 거의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분석해 대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차 경쟁 상품이 늘어나고 기업들의 직접 마케팅이 난무하면서 소비자들의 인내심과 충성도가 줄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 연구소인 마케팅익스페리먼츠(Marketing Experiments)는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 <명료함이 설득력보다 우선이다(Clarity Trumps Persuasion)>에서 “온라인 마케팅에서 첫 7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이 웹 사이트에서의 구매가 어떤 단계를 거쳐 일어나는지를 조사하고 여러 변수를 바꿔가며 실험한 결과, “고객이 웹 사이트에 들어온 후 7초 이내에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와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가”에 온라인 판매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 이 7초라는 시한 내에 두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해주지 못하면 고객은 주저 없이 ‘뒤로(back)’ 버튼을 누르거나, 다른 웹 사이트로 날아가버렸다. 즉 구매의 최종 단계인 ‘내가 왜 이 상품을 사야 하지?’라는 설득과 결정의 단계에 아예 들어서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C = 4m + 3v + 2(i-f) - 2a’라는 공식으로 단순화했다. 여기서 △ ‘C’는 가망 고객의 구매 전환율 △ ‘m’은 고객의 동기 부여 수준 △ ‘v’는 가치 제언의 명료성 △ ‘i’는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인센티브(할인 등) △ ‘f’는 구매 프로세스상 문제 요소(불편함 등) △ ‘a’는 개인 정보 입력에 대한 우려 수준을 나타낸다.
이 공식에서 구매 영향도가 가장 큰 ‘고객의 동기 부여 수준(m)’은 사실 고객이 웹사이트에 오기 전에 이미 갖고 있는 욕구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기업이 좌우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이를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치 제언의 명료성(v)’이다. 고객에게 ‘내가 왜 다른 경쟁사 상품이 아닌 이 상품을 구매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는 것이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1.5배의 효과가 있다.
연구진은 방문 고객 수를 올리기 위해 무작정 포털 사이트의 배너 광고를 늘리는 데 비용을 쓰는 것보다, 현재 자사 웹 사이트에서 의사소통의 명료성을 높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무분별한 팝업 창이나 빽빽한 상품의 나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현란한 플래시 동영상과 같은 요소는 없는지를 살펴보고, 웹 사이트의 구조와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황이 끝날 조짐이 보인다고도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은 지갑을 선뜻 열지 않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와의 접촉 기회를 포착한 짧은 순간에 상품의 가치를 명확히 알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명료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위 보고서의 시사점은 단지 온라인 마케팅에만 적용되는 공식은 아닐 것이다. “나무를 베는 데 8시간이 주어진다면, 6시간을 도끼를 가는 데 쓸 것이다”라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 마케팅 투자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그동안의 마케팅 활동을 되돌아보고 가치 제언의 명료성과 차별성을 높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