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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디자인

‘행복을 최대한, 중독은 최소한’
디자인으로 지키는 온라인 소비

윤재영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편집자주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서비스들의 디자인이 과연 최선일까요? 오랜 시간 발전한 행동심리학과 마케팅 전략이 IT와 접목되며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디자인 설계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자를 유인하고 서비스에 오래 머무르게 합니다. 사용자는 서비스 안에서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서비스가 의도한 설계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디자인 설계는 무엇인지 윤재영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와 함께 고민해봅시다.

Article at a Glance


‘지극한 행복을 느끼는 지점(지복점)’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사람들을 중독에 빠뜨린다. 계속 손이 가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무한으로 개인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숏폼 동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지복점을 반복 경험한 사용자들은 죄책감을 느끼며 몸에 좋은 채소를 먹거나 자연이 나오는 ‘디지털 휴게소’ 영상을 보는 등의 행위로 죄책감을 무효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무효화 행동은 일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줄 뿐 중독적인 서비스가 주는 해로운 효과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서비스 입장에서도 사용자들이 지속적인 죄책감을 느껴 이탈할 것을 우려한다. 사용자들의 중독을 막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선 서비스가 가진 잠재적 위험인 ‘다크 패턴’을 충실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SNS 방문 시간을 타이머로 사전에 정해 두게 하거나 일정 수 이상 스크롤을 막는 등 디자인적으로 의도적 마찰을 주는 ‘디자인 프릭션’을 심는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일이다. 어려운 수업 내용과 버거운 과제량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때 내가 찾았던 돌파구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당시 푹 빠졌던 제품은 캐러멜과 초콜릿이 듬뿍 들어 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입안 가득 우두둑 씹히는 큼지막한 초콜릿과 극강의 단맛을 내는 쫀득한 캐러멜, 그리고 이 두 가지 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 ‘조금만 먹어야지’ 다짐하며 한 숟가락 뜨기 시작했지만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바닥을 긁고 있었다. 스트레스야 어느 정도 풀렸지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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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영[email protected]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 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용자를 유인하고 현혹하는 UX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 『디자인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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