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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공략으로 우뚝 선 히든 챔피언

유필화 | 19호 (2008년 10월 Issue 2)
히든 챔피언의 정의는 세계 시장점유율이 13위에 있거나 대륙에서 1등 자리에 오른 중소기업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500개의 히든 챔피언을 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이 61년 이상, 평균 매출액 4340억 원, 평균 성장률 8.8%이며, 자기 분야에서 33% 이상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평균 24개의 해외 지사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야심 찬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80%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이처럼 히든 챔피언의 첫 번째 교훈은 바로 ‘목표를 크게 가져라’이다. 이렇게 야심찬 목표를 설정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특수한 분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칩을 연결하는 접착제, 외과 수술용 네비게이터, 태양력 발전소 터빈, 열대어 먹이, 박람회장에서만 쓰는 특별한 텐트, 오페라극장에서만 쓰는 커튼,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세척기 등이 이들의 제품이다.
 
재미난 것은 이들이 제품과 노하우는 전문화를 지향하지만 세일즈와 마케팅은 회사 설립 초반부터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들 기업 성장의 대부분이 해외시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 고객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이 기업들은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100% 지분을 가진 해외 자회사를 선호한다.
 
이들은 또 같은 업종 라이벌과의 가격 경쟁은 피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격을 떨어뜨려서 시장을 얻으려고 하는 생각은 ‘피투성이 승리’만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경쟁사가 흉내 내기 어려운 전략적 경쟁우위로 승부한다. 이 가운데 히든 챔피언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경쟁 우위는 바로 ‘고객과의 관계’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경쟁사가 쉽게 흉내 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히든 챔피언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 친화적 경영’임이 분명하다. 고객사 경영진과도 아주 친해 각종 경조사는 모두 찾아다닐 정도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들의 일관된 자세는 ‘티끌 모아 태산’이다. 프로세스 및 제품과 관련해서도 개선해 나갈 점을 꾸준히 찾고, 소득이 있을 때마다 특허로 출원하고 있다. 윈드터빈을 만드는 독일의 에네르콘사는 불과 24년밖에 안 된 회사이지만 전 세계 특허의 40%를 갖고 있다.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웬만해서 아웃소싱과 전략적 제휴를 하지 않는다. 전략적 제휴가 ‘전가의 보도’처럼 보이는 경영계 트렌드를 거부해 왔다는 말이다. 이는 자신의 노하우와 차별적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나 홀로 기업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 히든 챔피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면 ‘자신의 인생이 곧 회사’라는 점을 절감할 수 있다. 경영에 관한 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거대 기업이 또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히든 챔피언에서 언급된 ‘강소(强小)기업’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궁극적으로 히든 챔피언 같은 기업을 키워야 한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9월부터 독자들을 대상으로 뛰어난 경영 서적을 엄선해 필자나 관련 인사가 강의를 하는 ‘DBR 오픈 북포럼’을 시작했습니다. 9월 8일 열린 제1회 북포럼은 독일의 세계적 경영 석학이자 지몬-쿠허&파트너스 대표인 헤르만 지몬의 저서 ‘히든 챔피언’(흐름출판, 2008)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이 책의 감수자이며 저자와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부학장이 이번 강연을 맡았습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해 지면으로 소개합니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하버드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87년부터 성균관대 경영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마케팅, 특히 가격관리 분야가 전공이다. <가격정책론> <현대마케팅론>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등 2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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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필화[email protected]

    성균관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필자는 성균관대 SKK GSB 학장을 지냈고, 가격정책 및 인문경영 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로 독일 빌레펠트대, 독일경영연구원, 일본 게이오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 했으며, 『이익이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라』 『위대한패배자들』 『현대마케팅론(제9판)』등 40여 권의 경영 전문서와 인문 경영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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