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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겸의 Sports Review

스포츠의 대리 성취, 회사에선 안 되는 까닭

김유겸 | 285호 (2019년 11월 Issue 2)

조선 왕 중 가장 못난 왕을 꼽으라면 선조가 빠지지 않는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마자 백성들을 버리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부터 간 비겁함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결정적 이유는 남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지도자답지 못한 옹졸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백성들에게 추앙받는 임진왜란 공신들을 꼬투리만 잡히면 숙청해 버렸다. 영웅 이순신 장군이 두 번 공을 세운 후에도 상을 주는 대신 관직을 박탈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유성룡은 명나라에 불충했다며 파직해 버렸고, 의병장 김덕령 같은 이는 수백 번 형장 심문 끝에 팔다리가 모두 부러져 옥중에서 죽게 했다. 이 속 좁은 왕의 질투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는 남도 아닌 아들 광해군이 도망간 자기 대신 전쟁터를 몸소 뛰어다니며 많은 공을 세우고 백성의 신망과 지지를 얻은 것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광해군에겐 임진왜란 후 포상은 고사하고 세자 책봉도 끝까지 미룬다.



신하는 물론, 자기 자식이 잘나가는 것도 부담을 느껴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선조의 시기심이 유별난 것일까? 딱히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촌이 땅 샀을 때 배 아픈’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직장 동료가 좋은 성과를 거둬 인정받는 것을 보고 마냥 축하하는 마음만 있었는가? 형제, 자매, 사촌이 좋은 대학에 합격했을 땐 어땠는가? 초등학교 동창이 하는 사업이 대박을 터뜨려 신문에 난 것을 페이스북에서 봤을 때 기쁨이 넘쳐 ‘좋아요’를 누르고 싶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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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겸[email protected]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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