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대퇴사’와 경기 불황의 결과로 인한 ‘대해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기업은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고유한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직장에 ‘저몰입’하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저몰입의 시대’에 조직 문화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사내 HR 제도 변경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적 접근법’과 직원과 리더라는 ‘사람’의 변화를 기대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법’이 모두 필요하다.
조직 문화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여러 메타포가 있다. 생태계, 빙산, DNA 등이 대표적이다. ‘생태계’는 조직 문화의 총체적인 면과 하위 구성 요소 간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연계를 강조할 때 사용된다. ‘빙산’은 해수면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더 거대한 조직 문화의 근간을 강조할 때 쓰는 비유다. ‘DNA’는 조직이 특별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조직 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한다. 각각의 비유와 상징이 강조하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조직 문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고유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직 문화의 ‘고유성’은 다른 조직과는 구별되는, 조직 내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독특한 가치나 행동 양식을 말한다. 무언가의 고유성이나 정체성을 바꾸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모인 조직 문화를 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결국, 고유성은 조직 문화에 꼭 필요하면서도 변화의 발목을 잡는다. 이러한 이유로 조직 문화는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더 나은 방향으로 옮길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은 회사의 조직 문화를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 문화가 성과나 경쟁력에 미치는 큰 영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