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단위의 개인맞춤형 서비스나 정밀 의료 기술에서처럼 이제 정신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점점 개인별 특이성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의 정체성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이른바 ‘게놈 아이덴티티’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물질적 풍요는 현대인의 자기 인식 및 애착수준을 크게 높였다. 이는 곧 기업이 고객들을 상대로 유전자처럼 각기 다른 개인별 경험 여정을 설계하고, 이와 동시에 직원들을 상대로도 유전자처럼 각기 다른 개인별 경험을 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터에서 ‘자기다움’을 일과 연결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고객의 자기다움도 고려해 맞춤형 고객 경험을 설계, 실행할 확률이 높다. 자기애의 시대, 기업들은 이제 구성원 자기다움과 리더십 게놈 지도를 만들고 이에 기반한 조직 역동을 새로운 체질로 이식해야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자기애의 물결
현대인들은 이제 다수의 행동을 따르며 외부의 기준과 시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기애에 충실해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의 최근 소비자 태도조사11Mckinsey & Company가 발행한 2021년 보고서 『The value of getting personalization right—or wrong—is multiplying』 참조
닫기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2%가 ‘기업이 나를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고 나의 관심사를 알아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답했고, 71%가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과 제품을 제공받길 원한다’, 76%가 ‘개인화된 브랜드에서 구매를 고려할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약 40%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개인의 욕구와 관심사를 정확히 알아내고 개인에게 특화된 메시지와 제품을 선제적으로 제안해주는 기업에 소비자들이 높은 만족감과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자기애는 시장 소비자에게서뿐 아니라 직장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조직 및 인재 관리 전문가인 제니퍼 딜(Jennifer J. Deal)과 알렉 레빈슨(Alec Levenson)의 연구22Jennifer J. Deal & Alec Levenson, What Millennials Want from Work: How to Maximize Engagement in Today’s Workforce, McGraw-Hill Education, 2016. 참조
닫기에 따르면 직장 내 MZ세대는 철저히 자신을 관심의 중심에 둔다. 개인의 일상에서는 물론이고 일터에서도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원하고, 이를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원한다. 그러다 보니 일에 몰입하려면 그 일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자신과 세상이 연결되는 기회라고 믿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했던 MZ세대의 92%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 본인에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88%는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기부 등 봉사와 자선 활동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열 전임교수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자기다움에 기반한 마인드 빌드업 프로그램, ‘미래인재마인드’ 과정을 개발해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산업교육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며 대표 저서로는 『휴탈리티 미래인재의 조건(저녁달, 202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