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고객이 내일의 고객은 아니다. 고객흐름표의 가치는 수시로 비교와 선택을 하며 다른 경쟁사로 떠났다 돌아왔다 하는 변덕스러운 고객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기업이 어떻게 하면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준다. 어떤 고객이 특별 세일 기간에만 구매를 하는지 아니면 평소에도 꾸준히 구매를 하는지, 우연히 제휴사를 통해 유입된 것인지 자발적인 선택으로 유입된 것인지를 알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당장 고객 수가 같더라도 ‘기업이 아쉬워서’ 관계가 형성된 것인지, ‘고객이 아쉬워서’ 관계가 형성된 것인지에 따라 고객 기반의 안정성과 향후 이탈 방지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출발점은 그 이후의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으로 입학한 대학 신입생 중 누가 더 학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까? 단순히 수능시험 성적에 맞춰 정시로 지원하는 학생보다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특정 학교의 특정 학과 진학을 목표로 소위 ‘학생부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관리를 꾸준히 해온 수시 전형 입학생의 이탈률이 현격히 낮다. 최근 학령 인구 급감으로 대학 간 학생 유치 경쟁이 생존 전략이 돼버린 상황에서 수많은 반대 의견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들이 다양한 유형의 수시전형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또한 예전보다 ‘반수생’ ‘N수생’ 등이 늘어나면서 학생 유출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 빈자리는 다시 ‘편입생’으로 채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대학교가 단순히 단과대 혹은 학과별 총학생 수만 관리하고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이익과 비용만 계산하고 있다면 과연 ‘고객관리’를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생들은 계속 나가고, 또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데 말이다.
대학의 예를 들었지만 이런 상황은 기업 경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고객제표가 고객을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을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으로 구분한 뒤 (1) 이들의 상태를 매출액, 수, 비율 등의 주요 고객지표로 요약하거나(고객상태표) (2) 재무적 경영 성과를 이익과 비용으로 나누어 정보를 제공하는 일(고객손익계산서)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칠 경우 마치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이 다양한 영업 방식 혹은 영업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고객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돼 고객 자산에 대한 특정 시점에서의 피상적인 이해에만 머무르게 된다.
필자는 경희대 연구부처장 겸 경영학과,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CRM·디지털마케팅협회의 학술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5년 이상 다양한 업종의 CRM 관련 프로젝트, 교육, 강의 등을 수행해오고 있으며 MIS Quarterly,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등 저명 국제 학술지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CRM, 온라인 고객 리뷰 분석,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전자상거래, 스마트 관광 등이다. 고객제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