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을 꿈꾸는 오프라인, 소비재 기반의 스타트업이라면 글로벌 진출은 필수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는 데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등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시장은 규제가 엄격하고 상당한 실력자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동남아, 인도 등 아직은 개척의 여지가 남은 시장이 글로벌 진출의 첫발로 적합한 이유다. 특히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동남아에서 ‘엄친아’ 같은 입지를 자랑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의 성공은 다른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인도 시장에서는 불편한 교통과 인도인 특유의 느긋함으로 빠른 확장이 어렵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라면 사전에 완벽하게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현지에 먼저 나가보고 분위기를 익혀야 한다. 현지 문화와 산업에 잔뼈가 굵은 현지 전문가를 영입하고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속감을 심어주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 겪은 문화적 충격을 잊을 수 없다. TV나 인터넷에서 익히 봤듯 도로에는 사람과 자동차, 오토바이, 그리고 소들이 신호등이나 차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엉켜 있었다.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도 없이 발전기를 사용하거나 물을 길어다 쓰는 사람도 태반이었다. 하지만 진짜 충격을 받은 이유는 이처럼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본 익숙한 그림 바로 건너편에 존재하는 ‘문명’이었다. 스타벅스, 벤츠 전시장, 롤렉스 매장이 한국에서보다 더 큰 위용을 자랑했고 매장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봤던 것보다 세상의 스펙트럼은 훨씬 더 넓고 인간사의 다양함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가 정말 좁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다른 세상 가운데 서서 아직 많은 사람이 많이 접하지 못한 인도를 내가 먼저 본 것이라면 분명 기회가 있겠다고, 그렇다면 그 기회를 빨리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고피자는 국내 매장이 불과 20여 개이던 2019년, 그렇게 첫 해외시장인 인도로 진출했다. 인도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해 현재 해외에만 약 50개 매장을 두고 있다. 2023년에는 해외 매장 100호점, 국내 매장 200호점으로 전 세계 매장 총 300호점 돌파를 목표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의 작은 규모에 한계를 느껴 거리적, 문화적으로 가깝다고 여겨지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같은 스타트업으로서 고피자가 조금 먼저 동남아와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진출 과정을 복기해본다.
필자는 싱가포르경영대(SMU)에서 학사 과정을, 카이스트 경영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16년 푸드 트럭 한 대로 고피자를 창업했다.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 수상, 중소기업벤처부 아기유니콘 선정에 이어 ‘2022 벤처창업진흥 유공포상’ 대통령 표창,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 장관상, ‘제59회 무역의 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