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은 업무 몰입과 소속감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존중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직장 내에서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지금 존중의 가치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리더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게 문제다. 그것이 ‘나’의 문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뒤집어 보면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직원들도 내 마음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둘째, ‘좀 더 잘해주면 되겠지’라는 오해다. 존중은 단순히 잘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잘해주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 직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느껴지면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셋째, 아랫사람에게 존중을 표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다. 존중은 무엇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존중으로 대하면 관리가 안 된다는 오해다.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출생자)는 풍자의 대상이 됐다.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방영 중인 SNL코리아 시즌3의 시트콤 ‘MZ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이 시트콤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Z세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통쾌하고 시원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한때 많은 조직이 Z세대 눈치를 보면서 그 세대를 연구하고 이해하고자 애썼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Z세대에 대한 연구든 풍자든 기본적으로 그 안에는 Z세대는 ‘다르다’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들여다도 보고 이해해 보려고도 하고 안 되면 풍자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바로 ‘존중’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존중(respect)’은 중요한 가치다.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일할 마음도 생기지 않고 조직에 융화하거나 성과에 기여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기업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처할수록 심해진다. 반대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상사와 동료를 신뢰할 가능성도 높고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되며 협업을 하는 데도 수월하다. 전반적으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조직은 건강하고 생산성이 높으며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딘다.
직장인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사에서 ‘존중’은 업무 몰입과 조직 소속감을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상사의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 대비 업무 몰입도가 92%, 조직 만족도가 89% 높은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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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직원의 80%는 불만을 곱씹게 되고 48%는 일부러 업무를 적당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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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의료 기관 종사자 4500명을 대상으로 한 해외 조사에서 71% 응답자가 “막말과 폭언, 고압적인 행동이 의료사고로 연결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7%는 “상사들의 고압적이고 무례한 행동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환자 사망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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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의 문화가 부재한 가운데 무례한 행동이 의료 종사자들의 집중력을 저하시켜 사고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었다.
존중과 반대되는 대표적인 행동은 ‘무시(ignoring)’와 ‘비하(disrespect)’다. 이런 행동을 경험 또는 목격한 것만으로 사람은 위협을 느낀다. 위협을 느끼면 곧바로 편도체(amygdala)가 자극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혈관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진다. 흥분, 분노로 인해 심장에서 피를 세차게 뿜어낼 것을 예상한 행동이다. 이럴 때는 전두엽에 산소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기 때문에 이성적, 창의적 사고가 멈춘다.
존중은 언제나 중요했지만 지금 더 중요하다. 존중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존중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사회에 맞는 가치다.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삼지 말도록’ 한 칸트적인 윤리주의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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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제, 식민통치, 군부독재 경험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면서 개인주의적 가치가 지배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2018년 조사에서 한국 사람의 93.4%가 “개인의 취향은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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