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족에 대한 인식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자원 부족의 심리학’은 경기 침체나 불황기에 소비자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예측하는 데 좋은 프리즘 역할을 한다. 이 프리즘을 통해 다가오는 경제적 난국에 소비자들이 취할 행동을 6가지 키워드(뉴 립스틱, 뉴 내셔널리즘, 뉴 럭셔리, 뉴 바바리안, 뉴 커뮤니티, 뉴 모럴)로 정리했다. 앞으로 기업과 브랜드는 짝짓기에 진심인 소비자의 매력도를 높여줄 상품을 기획하고, 국내 및 해외 소비자에게 ‘내집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추구해야 한다.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에 과거보다 더 큰 분노를 느끼는 소비자에 대비해 윤리적 수준을 높이고 평판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에도 새로운 수요 발생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당분간 침체나 불황을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은행은 2023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1.7%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놨고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컨설팅기업 PwC가 105개국 4410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경영자의 73%가 향후 12개월간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런 지표들이 모두 기업과 경영자에게는 경기 침체나 불황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임을 말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가장 일반적 경영 전략은 수요 및 매출 하락을 대비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생산, 영업, 마케팅, 자금 조달 비용 등을 최대한 줄이고 운영 및 인력 관리에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이익 감소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는 방어 전략이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최근 고용 규모를 줄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기 침체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어 전략과는 반대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영역에서 투자를 늘림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위험이 따르지만 성공한다면 경기 침체에도 사업을 성장시키고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격적인 전략이다.
경기 침체기에 공격적 전략을 펼치려면 수요가 증가할 영역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과거에서 배우는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경기 침체나 불황기의 소비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PB(Private Brand) 제품이나 저가 상품의 구매가 늘고, 비필수재 소비가 줄며, 전체 소비에서 식음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 침체기에도 이러한 소비 패턴은 반복될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은 저가 제품이나 식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필자는 심리학 이론에 기초해 경기 침체기에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USC마셜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의 최초 한국인 수상자이자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