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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비핵심 부서, 상대적 소외감 깊은데…

정리=김윤진 | 395호 (2024년 6월 Issue 2)
대기업 유통사에 다니다가 최근에 조금 더 산업 전망이 좋아 보이는 IT 회사 경영기획팀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창업자를 비롯해 경영진, 저희 팀장까지 모두 이공계 출신이기도 하고, 회사가 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비개발 직군, 특히 문꽈 출신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입사하자마자 느껴집니다. 최근에 퇴사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대표이사가 회사를 나간 저희 팀 인력을 두고 "대체 가능한 인력" 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고 경영학과 학부생 때도 학점 관리를 거의 만점에 가깝게 했을 만큼 완벽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인정욕구가 있다 보니 성과를 주변에서 알아줬을 때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고요. 그런데 업계 특성상, 기술력이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되고 개발 직군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아무도 경영기획에 있어서의 전문성이나 저희 팀의 역할을 존중해주지 않는 느낌입니다. 물론 IT 회사에서 개발 직군이 높은 연봉 등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대내외 환경에 대한 분석력, 전략적 사고 등이 제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하는데, 회사 구성원들이 이런 소프트 스킬보다는 숫자와 데이터, IT 도구를 다루는 데 얼마나 능숙한지 등, 하드 스킬만을 유능함의 지표로 생각하는 게 불만입니다.

물론 회사 분위기와 별개로 저 스스로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 사업 방향이나 전략을 구상하고 결정하는 일을 할 때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렇듯,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일반 총무, 비서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소위 ‘현타’가 옵니다. 이런 업무는 위에서 생각하는 ‘대체 가능한 일’이 맞다 보니, 잡일을 담당하는 소모품으로 느껴지고요. 이런 공공연한 비개발 직군 차별 분위기가 이 회사만의 문제라면 동종 업계내 이직을 도모해 볼 텐데,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면 이직도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직무를 바꾸지 않고 경영기획 업무를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걸까요.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게 제 욕심인 건지, 아니면 제 성격상 지금이라도 직무 변경에 도전을 해보는 게 나은 건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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