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 Case Study: 미쓰비시와 일본식 지배구조
Article at a Glance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조작 사건이 발표된 지 불과 2주 만에 닛산은 2373억 엔을 투입해 이 회사의 주식 34%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집단 미쓰비시그룹 소속이다. 그간의 위기 상황 때마다 ‘미쓰비시 브랜드를 수호한다’는 비전으로 아낌없이 지원했던 그룹 내 주요 기업들이 타사에 형제 기업이 넘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본 재계의 환경 변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일본의 보수적인 기업집단 내에서도 ‘조직의 논리’보다 산업구조 변화, 즉 글로벌화에 입각해 ‘경제의 논리’를 중시하는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일본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연비시험데이터에 부정으로 기재한 정보가 있었다는 사실이 2016년 4월20일 드러났다. ‘ek 왜건’ 등 4종의 경자동차에 대해 실제 연비보다 최대 15% 정도 높은 수준의 데이터가 허위로 기재됐다는 것이다. 미쓰비시자동차가 닛산자동차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는 경자동차 ‘디즈’ 등을 합하면 62만 대에 달하는 규모라 한다. 이번에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와 관련해 저지른 부정은 정부가 규정하는 법령과 다른 측정 방식을 사용해 데이터를 책상 위에서 계산한 결과다. 이번 사건은 미쓰비시그룹, 나아가서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신뢰에 큰 손상을 입혔다.
미쓰비시자동차의 부정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에는 리콜 은폐사건, 2004년에는 미쓰비시후소자동차의 타이어허브 불량 은폐 등이 발각돼 경영위기에 빠진 경험이 있다. 큰 부정사건이 발생한 것만 이번이 3번째다. 미쓰비시자동차는 과거 부정사건 발생을 계기로 2004년 7월, ‘기업윤리위원회’를 설치했고 부정 재발 방지 및 법령 준수(compliance)를 위해 12년간이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2016년 6월, 위원회 해산 직전에 부정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형식적인 위원회 설치만으로는 부정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혀 온 미쓰비시그룹에서 왜 이런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을까. 일본인들은 그룹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연이어 세 번이나 발생한 부정
사실 일본 내 자동차 기업 가운데 미쓰비시자동차의 규모가 대단히 큰 편은 아니다. 2015년 매출 2조2678억 엔, 영업이익 1384억 엔, 판매대수 107만 대로 도요타(1015만 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쓰비시자동차는 1970년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분리 독립했다. 일본 최대 기업그룹인 미쓰비시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다. 미쓰비시그룹 주요 29개사에 포함돼 회사명에 ‘미쓰비시’를 달고 있고 로고 역시 3개의 다이아몬드가 겹쳐진 모양의 ‘쓰리 다이아몬드’를 쓰고 있다. 또 미쓰비시그룹의 3대 핵심 기업이 대주주다. 지주 비율은 미쓰비시중공업이 20%, 미쓰비시상사가 10%,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4% 정도다. 이 때문에 3사는 과거 두 차례의 부정사건 이후 미쓰비시자동차 문제에 대해 항상 협의를 해왔으며 미쓰비시자동차를 부활시키는 데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3번이나 부정사건이 발각되자 미쓰비시그룹 내에서도 “이젠 어쩔 수 없다”라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그러자 닛산자동차가 발 빠르게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34%를 인수한다고 나섰다. 지금까지의 미쓰비시그룹의 결속력을 감안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미쓰비시그룹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미쓰비시그룹을 상징하는 ‘쓰리다이아몬드’의 명예를 지키는 것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상징인 쓰리다이아몬드가 달린 미쓰비시자동차를 닛산에 넘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미쓰비시그룹의 결속력에 이변이 생긴 것은 아닐까? 게다가 일본의 기업집단 구조가 변모하는 것은 아닌가? 미쓰비시그룹 기업이 연 매출 58조 엔을 넘는 일본 최대의 기업그룹이기에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미쓰비시자동차 부정사건은 미쓰비시그룹 기업들의 내막과 그룹의 결속력, 일본 기업집단의 변모 등을 살펴보기에 적합한 소재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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