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카페 감자밭에는 감자빵을 먹기 위해 약 70만 명이 모였다. 카페 감자밭을 운영하는 기업 밭은 원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해 식량 주권, 지방 소멸 등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카페 감자밭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인정받으며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밭은 생산량이 부족한 초기에 채널군별로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채널을 우선 선점했다. 감자빵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밭의 비전을 하나의 스토리로 구축해 책, 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전파했다. 고객들이 남긴 모든 리뷰에는 답글을 남기고 부정적인 리뷰에는 더욱 구체적인 설명을 남겨 유사한 불만을 갖는 고객들이 없도록 했다.
강원도 농촌에 도는 웃픈 농담이 하나 있다고 한다. 노인, 공무원, 군인이 그 지역 인구를 구성하는 집단 전부라는 것이다. 지방 소멸의 씁쓸한 현실을 꼬집는 이야기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이곳엔 치킨집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2022년, 이 지역에 무려 70만 명이 찾아왔다. 춘천 명소로 꼽히는 ‘카페 감자밭’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2019년 29세 동갑내기 농업인 부부인 이미소 대표와 최동녘 대표는 카페 감자밭을 열고 2020년 감자빵을 개발했다. 이곳의 감자빵이 특별한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미감자가 아닌 한국 품종의 감자를 썼다는 것이었다. 로즈홍감자, 청강감자, 흰감자 등 다양한 한국 품종의 감자 1개 분량이 빵 속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감자를 오븐에 넣고 200도 이상 고온에서 100분 이상 구워 수분은 날리고 단맛과 풍미를 극대화한 게 맛의 비결이다. 처음에는 하루에 50개도 팔지 못했지만 점차 입소문이 나더니 결국 가게 오픈 1~2시간 전부터 감자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감자빵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 대표와 최 대표는 “‘밭’은 스토리로 농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밭은 감자빵을 많이 팔아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지 않는다. 이 기업의 비전이자 목표는 농업과 종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F&B 기업이라면 으레 일급비밀로 숨기는 감자빵의 레서피까지 공개했다. 다만 이 레서피를 그대로 쓰려는 사람들에게 신신당부하는 점이 있다. 바로 ‘반드시 국내산 감자를 구워 만들어야 맛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다른 회사들이 밭의 레서피를 따라 국내산 감자로 감자빵을 만든다면 우리의 비전에 동참하는 셈이라 좋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오픈 소스’ 정책을 쓰고 있는데도 밭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매출은 약 213억 원으로 감자빵을 처음 선보인 2020년(약 50억 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직원 3명과 함께 시작해 그해 약 6억5000만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던 작은 카페가 불과 약 3년 만에 약 190명의 직원이 터전을 내린 일터로 성장했다. 직원들의 평균연령도 ‘지역 특성’에 맞지 않게 30대 초반으로 젊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개인적으로도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20, 30대가 ‘밭’의 비전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감자빵의 인기와 더불어 관광객들은 물론 젊은 직원들이 모여들자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카페 감자밭이 위치한 소양강댐 주변에는 카페 거리가 조성돼 여러 카페와 식당이 들어섰다.
밭은 농가 소득 증대에도 일조했다. 과거에는 일부 식품 및 유통 대기업이 농가와 계약 재배를 맺어 감자를 구매했다. 이렇다 할 경쟁이 없어 감자 값은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었다. 밭은 대기업보다 10~30% 비싼 가격에 감자를 계약 재배한다. 감자 계약 재배 시장에 경쟁이 이뤄졌고 대기업 역시 농민들에게 이전보다 더 비싼 값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해준 셈이다. 밭은 2021년 농민들로부터 감자 약 500t을 수매했고 올해에는 생산 시설을 늘리며 감자 수매량 역시 1000t가량까지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