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발전 및 바이오가스 플랜트 산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이니, ‘앱 이코노미’니 하는 용어가 낯설다. 소위 굴뚝 산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PM을 천직으로 여기며 지내는 사람에게 앱은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도구’이며 ‘유료 결제’나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기본적으로 플랜트 엔지니어링은 긴 역사가 말해주듯 사업 모델과 핵심 기술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철저한 관리 능력, 즉 얼마나 이전의 실패를 사전에 검토하고 위험을 회피하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정반대의 환경에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조해 나가고 있는 앱 이코노미에 대한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앱 이코노미’라는 주제에서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의 유료 다운로드, 인앱(in-app) 결제, 끊임없는 팝업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본인의 편협한 시각을 바꿔주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줬다.
모바일의 확대 및 앱 이코노미의 성장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창조뿐 아니라 스페셜 리포트에서 다뤄진 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드(Node)에 불과하던 많은 산업을 연결하는 얼개 역할을 하며 기존 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기존 산업을 아우르며 변화를 꾀하는 앱 이코노미 환경하에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상 및 HR 전략을 도입하게 하며,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타깃 마케팅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의 경우 대학 및 국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교육,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의 모든 대학에는 ‘이노베이션 오피스’라는 기관이 부설돼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아이디어 발굴과 창업 촉진이 이뤄지고 스타트업 지원 전담 공기업으로 VINNOVA(스웨덴 혁신청)가 있어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일에 나서는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며, 고위험 분야, 초기 단계 연구개발, 도전적 혁신 분야를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실패를 전제로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한 기업도 다시 투자받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캔디크러쉬를 개발한 킹(King)을 비롯해 5개의 유니콘들을 탄생시켰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민 100만 명당 다수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스타트업 허브로 평가받고 있다.
분야를 특정할 수 없을 만큼 거의 모든 기존 산업 분야가 앱 이코노미라는 이름 아래 통폐합되고 있고,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시장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후퇴를 의미한다. 정부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앱 이코노미의 조성을 위해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각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서 스타트업과 함께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흥용DBR 제12기 독자패널(스칸디나비안 바이오가스)
What’s Next?
DBR 다음 호(222호, 2017년 4월 1호, 3월 다섯째 주 발간 예정)에는 스페셜 리포트로 ‘극한 환경에서의 글로벌 경영’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