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한 코너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였다. 한국에서 호흡하며 기업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저 먼 타국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뿐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아 숨쉬는 케이스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DBR과 서울대 CFO 전략 과정 CASE STUDY로 나온 ‘제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기업으로… 국제상사M&A와 프로스펙스의 부활’도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었다. 기업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치밀한 브랜드 분석 및 전략을 기반으로 ‘스포츠 워킹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성공한 게 인상적이었다.
최근 회사에서 ‘Situational Leadership’이라는 매니저 교육을 일주일간 받았다. 이는 화이자(Pfizer)와 경영컨설팅사가 고민해서 만든 내부 프로그램으로, 화이자 매니저라면 누구나 한번은 꼭 들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니저의 리더십이란 한결 같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 팀원들의 수준과 발달 단계에 맞춰서 가변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조직에서 바라는 리더십은 바로 그런 것이라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의 ‘결정적 순간과 기업장수의 비결’이라는 경영전략 부분의 글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조직의 성장단계마다 결정적 순간에 맞게 되는 도전과 핵심과제의 본질은 각각 다르다. 따라서 한 가지의 동일한 역량이나 지원, 전략만으로 모든 결정적 순간들을 다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각 결정적 순간의 본질에 적합한 새로운 역량과 자원,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최근 받은 매니저 교육과도 일맥상통했다. 사람을 관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서도 절대적인 진리란 존재할 수 없고 각 결정적 순간을 잘 관리하고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경직성을 극복하는 것이 key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 필자들의 도움을 적절히 받고, 또 역량 있는 기자와 연구위원들이 외부 사례를 잘 흡수하고 더 소화해서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 돋보인다. 경영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평범한 회사원들도 쉽지만 깊이 배우고 알 수 있는, 통찰이 들어있는 Trend & Insight 코너도 인상적이었다.
DBR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침 없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 잘 빚어낸 ‘도자기 초벌 구이’와 같다. 이 초벌을 어떻게 구워서 어떤 도자기를 만들 것인가는 독자들의 손과 머리에 달려있는 것 같다. 한번 더 공들여서 읽고 옆에 두고 틈틈이 관련 케이스를 되짚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성이 들어간 책이다. 한 권을 정독했더니 MBA수업을 받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책값 1만2000원은 너무 저렴하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