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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성공, 안전, 위대함을 위하여

김현진 | 312호 (2021년 01월 Issue 1)

술잔을 부딪히던 왁자지껄한 송년회와 신년회 풍경, 새해엔 더 건강하게 살겠다며 다짐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헬스장…. 매년 반복됐던 낯익은 모습이 사라져 연말연시마저 ‘뉴노멀’을 경험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DBR를 제작하는 실무진이 지난 10년간 경험한 연말의 낯익은 풍경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큰 행사장을 가득 메운 ‘동아비즈니스포럼’ 관객 여러분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집어삼킨 올해는 오프라인 강연장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온라인으로 주무대를 옮겨갔습니다. 관객들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열정적 에너지가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자니 걱정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럼 일인 2020년 12월2일, 이 우려는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줌(zoom) 화면을 넘어서도 느껴지는 열정과 고퀄러티 질문들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지성의 무대’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동아비즈니스포럼’과 부대 행사로 마련된 ‘제5회 동아럭셔리포럼’, 올해 처음 신설된 ‘테크포굿’ ‘AI 포 비즈니스’를 관통하는 뉴노멀 시대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실패’ ‘위험’, 그리고 ‘small(작은 것)’이었습니다.

대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이노베이션 및 애자일 프랙티스 부문 총괄 대표는 ‘혁신의 출발은 실패’라고 강조했습니다. 통계적으로도 비즈니스 혁신의 70∼90%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예컨대, 유튜브는 원래 비디오 데이트 사이트로 출발했지만 실패한 뒤, 동영상 플랫폼으로 전환해 지금의 위상을 누리게 됐습니다. 이처럼 실패가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데도 조직에서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합니다. 내가 틀릴 가능성,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가능성과 같은 ‘위험’을 느끼기에 내린 선택입니다. 이런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합니다. 자신의 실수나 우려 사항을 솔직하게 말해도 격려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가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팬데믹 시대에는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안전감’이 심리적 측면뿐 아니라 신체적 측면으로도 확장됩니다. ‘동아럭셔리포럼’에서 백기준 미 휴스턴대 힐튼칼리지 호텔경영학과 부학장은 ‘보건 선언문’을 채택해 적극적으로 안전을 챙기고 나선 호텔, 관광업계 기업들을 소개했습니다. ‘Stay small, Stay safe, Stay private, Stay exclusive’(소규모로, 안전하게, 프라이빗하고, 독점적으로 여행하기)’는 팬데믹 시대, 럭셔리 관광 업계가 지향해야 할 모토가 됐습니다.

안전을 위해 택한 ‘작은 것의 미덕’은 불확실성이 높은 때, 기업이 주요 전략 수립 시 꼭 기억해야 할 시대 정신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농업 기자재 제조사인 ‘존디어’는 지난 40년간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잘(Bigger, Faster, Better)’을 전략으로 내세워왔습니다. 『디커플링』의 저자인 탈레스 테이셰이라 전 하버드대경영대학원 교수는 존디어가 이런 전략을 견지하는 사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들의 추격을 받게 됐고, 따라서 이 회사는 제품 기반의 외형 확대 전략이 아닌 고객 니즈에 밀착하는 서비스 컨설팅 기반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언스케일』의 저자 케빈 메이니 파트너 역시 20세기까지 인류 기술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면 21세기는 신기술로 탈규모화를 이루는 것이 대세가 됐다고 강조합니다.

키워드로 부각된 실패, 위험, ‘작은 것’이란 화두를 극복하면 성공, 안전, 위대함이 됩니다. 연사들은 부정적인 느낌의 키워드들이 오히려 우리를 더 도약시킬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인류의 공생공영에 도움이 될 솔루션으로 ‘따뜻한 마음’도 거론됐습니다. 포용적 리더십, 사회적 가치 등의 화두에도 주목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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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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