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뉴노멀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통제 위주의 인력 관리를 자율적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이 혹시 딴짓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사내 인터넷망을 켜놓고 통제하려 들면 뉴노멀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개방적 마인드를 가지고 이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일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주역 동인(同人)괘에서 말하고 있듯이 혁신은 폐쇄적인 기성 조직보다는 개방적인 동인 조직(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 조직원을 구속하려 들면 그들은 자객처럼 행동한다. 몰래, 가만히 상사의 눈치를 살피느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들판에서 활활 타오르는 횃불처럼 자유롭게 둬야 개방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고, 그를 통해 혁신 기업의 전사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우울감을 지칭하는 ‘코로나 블루(blue)’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한 단계 더 넘어 코로나로 인한 분노와 절망을 지칭하는 ‘코로나 레드(red)’ ‘코로나 블랙(black)’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개개인에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에 파급되고 있다. 구성원 개개인의 우울감 지수가 높아지면서 조직의 건강성이 덩달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이러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종식되고 예전에 누리던 삶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예측은 부정적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삶의 양식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생각이다. 코로나에 대응하느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변했고, 그 변화가 이미 ‘뉴노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조직 운용의 패러다임을 과거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몰고 온 언택트(untact) 시대에 조직의 뉴노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어떻게 조직을 운용해야 구성원들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줄이고 분노와 좌절로부터 조직을 보호할 수 있을까? 주역의 지혜를 빌려보자.
주역 64괘 가운데 사람 인(人) 자가 괘 이름에 들어간 경우는 천화동인(同人)괘와 풍화가인(家人)괘 둘이다. 사람이 어울려 만들어지는 것이 조직이므로 이 두 괘는 주역 64괘 가운데 조직의 원리를 다루는 대표적인 괘다.
조직 혁신의 원동력: 천화동인(同人)괘
먼저 천화동인괘는 하늘을 뜻하는 건괘(☰)가 위에 놓이고 불을 뜻하는 이괘(☲)가 아래에 놓이는 모양의 복합괘로 광활한 하늘 아래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장면을 형상화한 괘다. 괘 이름으로 쓰인 동인(同人)은 뜻이 같은 사람이란 의미다. 동학혁명 당시 동학교도들이 고부 들판에서 함께 치켜들었던 횃불을 떠올리면 천화동인괘에서 말하는 불과 동인의 의미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동학이라는 이념에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전봉준과 김개남의 지휘 아래 조직적으로 뭉쳤고, 농민을 수탈하는 데 혈안이 돼 있던 고부군수 조병갑을 응징하기 위해 횃불을 높이 들었다. 한마음 한뜻을 가졌기에 그들은 동인(同人) 집단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문학적 지향성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발간한 동인지(同人誌)라는 이름도 주역 천하동인괘에서 유래했다. 스포츠나 오락, 예술 등에 대한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든 동호회도 일종의 동인 조직이다.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