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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경영 관점에서 되짚어 보는 드라마 ‘스토브리그’

뼈 때리는 소리하는 까칠한 리더
그가 이끈 조직이 안전한 이유

김호,김봉수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인물에 대한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요건

1. 리더 자신만이 가르칠 수 있는 관점(Teachable Point of View, TPOV) 확보
2. 첫인상, 개인 면담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거의 성과를 분석해 판단 근거로 활용
3. 의사결정에 대한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반대 의견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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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과거 경력과는 상관없는 업계에 속한 기업의 부서장으로 최근 자리를 옮겼다. A의 위에는 회사 발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오너 일가가 실질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 A가 맡게 된 사업부는 업계 꼴찌 성적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부서 내부엔 일은 잘하지만 싸가지는 없고 팀워크도 해치는 고참 직원이 있고, 관리자들은 두 패로 나뉘어 정치 싸움에만 관심이 있다. A의 주요 경력은 그가 과거에 거쳤던 세 개 기업에서 담당 사업부의 실적을 업계 1위로 만들었다는 것. 하지만 현재 자신이 이끌었던 조직은 모두 해체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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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프로야구단 드림즈의 신임 단장으로 부임했던 주인공 백승수의 상황을 기업에 대비해보면 딱 위와 같다. 스토브리그란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 등 팀 전력 보강을 하는,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비(非)시즌을 말한다. 핸드볼, 씨름, 아이스하키단 단장을 하면서 모두 우승을 일궈냈지만 그 이후 팀이 해체되는 독특한 경험을 보유한 백승수 단장은 드림즈 야구단의 새로운 단장으로 부임한다. 구단주는 적당한 시기에 돈이 되지 않는 야구단을 해체할 생각을 하고 있고, 따라서 팀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야구단 실세는 사장이 아니라 구단주(오너) 조카인 권경민 상무. 무기력한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와 투수코치는 차기 감독을 노리며 정치 싸움을 일삼는다.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의 말처럼 이 드라마는 “야구 드라마 같은 오피스 드라마”다. 필자들은 백승수 단장이 드림즈를 이끌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실제 기업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며 경험했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스토브리그를 드라마로만 소비하기에는 아까운 텍스트로 보고 경영에 시사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판단력은 무엇일까?

리더십 분야의 대가인 워런 베니스와 노엘 티시는 리더십의 핵심을 판단력으로 본다. 이들의 대표 저작의 이름이 『판단력』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베니스와 티시는 리더가 판단력을 발휘해야 할 분야를 크게 인물, 전략, 위기 세 가지로 정리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건 인물에 대한 판단력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판단을 제대로 내리더라도 직원들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인물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좋은 전략적 판단도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A처럼 새로운 조직의 장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시간을 들여 판단해야 할 분야도 바로 인물이다. 백승수는 부임하면서 팀 내부 인물들의 성과와 기여를 데이터에 기반해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4번 타자로 가장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었던 임동규 선수를 과감하게 트레이드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강력하게 반발하는 직원들 앞에서 백승수는 왜 임동규가 떠나야 하는지를 데이터에 근거해 조목조목 짚어간다. 임동규 선수가 좋은 타자이긴 하지만 드림즈에 필요한 여름에는 유달리 성적이 저조하며 독불장군으로 팀워크를 해치는 등 인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팀원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해 임동규와의 갈등 때문에 팀을 떠나 경쟁팀에 있던 국가대표 에이스 투수 강두기를 다시 데려오겠다는 발표를 하며 팀원들의 수긍을 이끌어 냈다. 물론 상층부에도 적절한 명분을 줌으로써 이 결정을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완을 발휘한다.

베니스와 티시는 포드의 CEO였던 자크 나세르(Jacques Nasser)가 중대한 전략적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조직 내부에서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결국 경영진의 쿠데타로 인해 회사를 떠난 사례를 들면서 자신의 옳은 판단을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정치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한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반대자를 염두에 두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베니스와 티시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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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단장은 부임 초기, 선수단뿐 아니라 팀을 뒷받침하는 조직인 프런트 내부에서도 인물 판단에 집중한다. 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이세영 운영팀장의 신뢰를 획득해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는 동시에 스카우트팀을 이끌며 학부모로부터 뒷돈을 챙기던 고세혁 팀장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좌충우돌 아웃사이더이지만 원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하는 양원섭 팀원을 팀장으로 발령한다. 이처럼 스토브리그의 전반부에 드러난 백 단장의 인물 판단력에 집중하면 기업에서 조직을 새롭게 이끌게 됐을 때 리더가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조직에 부임한 리더는 자신만이 가르칠 수 있는 관점(Teachable Point of View, TPOV)을 가져야 한다. 베니스와 티시는 펩시코의 수장이었던 로저 엔리코가 “하나의 관점은 IQ 50과 맞먹는 가치가 있다”고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리더의 관점이 명확해야 그에 따른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백 단장은 처음에 임동규 선수와 강두기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과감한 조치와 함께 이렇게 말한다. “변화는 필요합니다. 임동규 선수 대신에 강두기 선수가 왔습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저는 할 겁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된다면 도려내겠습니다. 해오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많은 리더는 새로운 조직의 장으로 부임하면서 “혁신하고 변화해야 합니다”와 같은 뻔한 말을 취임 초기 반복한다. 백 단장이 달랐던 점은 취임 초에 치밀한 인물 조사를 통한 판단을 내렸고, 이를 실천으로 보여주면서 자신이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설득했다는 점이다. 백 단장은 명확하게 ‘변화의 주도자(change agent)’로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명확하게 조직 내부에 인식시킨다. “리더는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는 베니스와 티시의 주장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한 사례다.

둘째, 백 단장은 인물 판단을 할 때 직원 면담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그동안의 성과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경영 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도 신작 『타인의 이해』에서 과거 『블링크』에서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을 첫인상 등으로 판단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가령, 한두 번의 면접을 통해 사람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 그보다는 면접 대상자와 같이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 해당 직원의 실적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백 단장은 취임하자마자 각 선수에 대한 면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선수단을 꾸릴 수 있었고, 이는 팀의 성적 향상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베니스와 티시가 말하듯 용기와 정치력이 중요하다. 인물에 대한 판단을 리더가 실천에 옮기려면 많은 도전에 접하게 된다. 채용과 해고, 보직 변경 등의 조치에는 항상 반발이 따르게 된다.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런 반발이 두려워 의사결정을 계속해서 늦추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을 그 자리에 계속 두는 우를 범하게 된다. 백 단장은 선수단과 프런트에서 모든 것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부터 처리를 해 반대하던 직원들도 협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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