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국가든 기업이든 경영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요즘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재는 언제나 있었다. 다만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인재로서 쓰지 못했을 뿐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인재를 외면하지 않았는지, 주관과 선입견에 빠져 인재의 진면목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가까이에 있는 인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조판서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은 조선의 최고인사책임자(CHO)로서 인사 전문가의 경륜을 보여준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11필자는 DBR에 ‘Case Study 朝鮮’을 연재 기고하면서 강희맹이 이조판서 시절에 올린 상소문에 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DBR 270호의 ‘인사는 단점 버리고 장점 취하는 것’을 참조하라.
닫기
요즘으로 말하면 수십 년 공직 생활을 하고 인사혁신처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런 그가 과거시험 응시자였을 때 쓴 글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 있을까? 여기에는 젊은이다운 이상뿐 아니라 인재 선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닌 선발 대상자로서의 관점이 담겨 있다.
1447년 음력 8월에 열린 별시(別試)22 3년마다 열리는 정기시험인 식년시(式年試)와는 별도로 나라의 필요에 따라 임시로 시행하는 과거시험이다. 이 시험에서 강희맹이 장원으로 급제했다.
닫기로 가보자. 이날 세종은 응시자들에게 “인재를 등용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인재를 분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33이 글에서 인용하는 세종과 강희맹의 언급은 모두 『사숙재집(私淑齋集)』권6, 『育才辨才用才之道』가 출처다.
닫기라는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인재를 찾아내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냐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인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훌륭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운영할 사람이 없다면 소용없을 테니 말이다.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능한 리더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해왔다.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