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ounting & Finance 나르시시스트 CEO, 성과는 낮지만 보수는 높아 Based on “Narcissism is a bad sign: CEO signature size, investment, and performance” by Charles Ham, Nicholas Seybert, and Sean Wang in Review of Accounting Studies (2018), 23(1), pp. 234-264.
무엇을, 왜 연구했나?
특권 의식, 우월감, 자만심, 독단, 지속적인 칭송에 대한 열망. 심리학 연구들이 열거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의 특성이다. 또한 나르시시즘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형태로 왜곡된 자기 지각을 만들어내고, 객관적인 증거와 피드백을 무시하며 이를 유지한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3면 중 하나로 불리는 나르시시즘과 관련된 연구들이 최근 경영학에서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타인을 착취하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이 기업의 최고위층에서도 쉽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워싱턴대 공동 연구팀은 지속적인 칭송을 받기 원하는 나르시시스트 CEO들의 투자 활동에 주목했다. 자아도취주의적 CEO들은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할 뿐 아니라 자신의 과거 의사결정으로 인한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무시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 CEO들은 지속적인 칭송을 받고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R&D 및 M&A와 같은 ‘노출도가 높은(high-exposure)’ 투자 활동에 몰두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R&D 활동은 미래에 극단적으로 좋거나 극단적으로 나쁜 성과를 보일 수 있다. 즉 나르시시스트 CEO들에게 장기적인 대중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 CEO들이 미래의 성과가 극단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극단적 성공으로 인해 개인적 명성을 드높일 잠재적 기회가 존재하는 R&D 활동에 과도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또한 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 CEO들이 미디어의 관심을 끄는 M&A 거래를 통해 대중의 이목을 끌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를 충족할 뿐 아니라 기업 내 자신의 ‘제국(empire)’을 건설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 예측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경영자의 개인 특성과 관련된 연구들이 겪는 어려움은 외부적으로 관찰이 어려운 개인적 특성을 계량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인의 서명(signature) 크기가 자아 및 우월감을 드러내는 척도라는 심리학 선행연구들에 근거해 CEO 서명의 크기로 나르시시즘을 측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서명 크기와 나르시시즘의 관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미국 공립대학의 경영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실험 동의서 첫 장에 서명을 하고 자기애성격검사지(NPI-16) 테스트를 수행했다. 그 결과, 학생들 서명 크기의 사분위수(quartiles)가 증가할수록 자기애 점수도 단조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서명 크기가 가장 작은 제1사분위수에 속하는 학생들의 경우 자기애 평균 점수가 4.5로 낮게 나타난 반면 제4사분위수에 속하는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7.3으로 높게 나타났다.
본 연구의 표본은 1992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간 동안 S&P 500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 CEO의 나르시시즘은 사업보고서에 날인된 CEO 서명의 크기로 측정했다. 실증 분석 결과, CEO 서명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기업의 R&D 지출과 M&A 지출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르시시스트 CEO들이 가시성 높은 투자 활동에 몰두해 장기적인 대중 인지도를 높이려 할 것이라는 연구팀의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반면 기존 설비를 대체하거나 내부 프로세스를 최신화하는 자본지출(capital expenditure)은 CEO 서명의 크기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나르시시스트 CEO들이 대중에게 노출도가 높지 않은 투자 활동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또한 연구팀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