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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의 쿵후

믿고 맡기며, 격려하고 잘 듣고..재즈 앙상블서 배우는 ‘리더십’

마이클 골드(Michael Gold),김호 |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재즈 앙상블에서 배우는 ‘APRIL’ 리더십

 

1) Autonomy by Authenticity: 최소한의 통제 안에서 최대한의 자율성 보장이 핵심. 리더의 전문성과 조직원의 전문성이 서로 교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진정성 있는 노력 필요.

2) Passion by Patience: 인내심을 가지고 조직원의 성장을 기다려줌으로써 열정을 불어넣을 것.

3) Risk-taking by Revealing: 다른 조직원에게 리드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기는 위험 감수.

4) Innovation by Improvisation: 주도 면밀한 연습을 통한 혁신.

5) Learning by Listening: 경청을 통한 학습.

 

 

최근 경영학자나 경영자들은 창의적인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 협업하면서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지 연구해왔다.1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을 포함해 경영학자와 학교들은 재즈 뮤지션들의 즉흥연주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재즈 음악가들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주를 한다. ‘구조적 즉흥연주(structured improvisation)’라 부르는 협업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기술을 단련해왔으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끊임없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수직·수평적 힘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다른 뮤지션과 함께 리드하고 협업할지 고민해왔다. 이 점에 주목한 일군의 경영학자들은 마이클 골드 박사 같은 재즈 뮤지션과 일하면서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서 보다 생산적인 경영 스타일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할 것이다. 첫째, 클래식과 재즈의 작동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이것이 리더십과 조직 커뮤니케이션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둘째, 재즈 앙상블에서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며, 이것이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사회에서 리더십과 경영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감적 듣기(empathic listening)가 재즈에서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갖는 의미와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왜 중요한지, 또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우리는 이미 즉흥연주를 하며 살고 있다?

 

진정 논리적인 사람은 항상 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논리적이어야 할 때와 감정적이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리더십, 조직 개발과 재즈 즉흥연주의 유사성을 연구하는 우리의 입장도 유사하다. 모든 것을 재즈 방식으로 바꾸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글에서 의도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과 재즈의 차이점을 생각해보고, 그 렌즈를 통해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있어 어떨 때 클래식적이어야 하고, 어떨 때 재즈적이어야 하는지를 구분해보는 것이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원곡의 아름다움과 진실을 재현해내는 것이지 그것을 전혀 다르게 변형시키거나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 재즈 뮤지션들은 기본적으로 악보를 따라가지만 그렇다고 악보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 재즈 앙상블의 멤버들은 큰 틀 안에서 서로가 최대한의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클래식 음악이 구조(예: 악보)를 위해서 일한다면 재즈 앙상블은 구조가 연주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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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즉흥연주는 무엇이며, 그들은 왜 즉흥연주를 하는 것일까? 골드 박사는 즉흥연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 improvisation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2 

 

1) Improv-: 곡을 있는 그대로 연주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개선(to improve)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즈 뮤지션들은 큰 틀의 약속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 갇히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독특한 창의성을 극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음악을 개선하려고 한다.

 

2) -is: 재즈 뮤지션들은 허황된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즉흥연주를 통해 음악을 개선하려 노력할 때 그 기반을 철저히 ‘현실(what is)’에 두고 그로부터 출발한다.

 

3) -ation: 앙상블에서 트럼펫과 베이스, 기타와 드럼을 맡은 연주자들은 큰 틀을 지키면서 서로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서로 음악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the action of making something happen).

 

요약하면, 즉흥연주란 “현재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는 확실성이 높은 경우와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가 있다. 확실성이 높다는 뜻은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의 관계와 정도가 예측 가능한 것을 말한다. 이는 성공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계산된 위험 감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각종 재료가 기계나 조립라인을 통과하면 결과물인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된다. 입력(자동차 부품)과 출력(자동차)의 관계가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 반면 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수출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높다. 이 경우 입력(자동차 생산대수)이 반드시 출력(자동차 판매대수)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경쟁사의 제품 출시, 수출국의 자동차세 혹은 환경보호조치 등과 같은 갑작스런 정책 변화, 소셜미디어, 언론과 전문가의 평가, 광고의 소비자 선호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끼쳐 확실성이 떨어진다. 이처럼 정해진 매뉴얼이나 프로세스에 따라 재료와 노력을 투입하면 결과물이 얻어지는 확실성 높은 과정은 클래식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업무 과정에서는 재즈의 즉흥연주 방식이 효율적일 뿐 아니라 합리적이기도 하다.

 

장소를 옮겨 조직의 지루한 회의 장면을 떠올려보자. 사장은 준비해온 자기 말만 하고, 몇몇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을 빼고는 대부분 참석자가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회의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회의가 반복되는 조직에서 혁신이 가능할까? 기본적으로 대화와 회의, 면담과 토론은 재즈의 즉흥연주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조직의 회의 문화가 경직되고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즉흥연주를 주고받는 재즈 앙상블의 방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사업계획을 발표한다면 슬라이드를 준비해 나름의 계획과 절차에 따라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듯 일방향적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발표 이후 질문이 들어오고, 토론을 할 때에는 모드를 바꿔 재즈 즉흥연주처럼 진행해야 보다 훌륭한 상호작용과 아이디어 교환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과 극도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기업을 리드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그림 1) 이런 점에서 재즈의 즉흥연주 모델은 우리가 변화해야 할 방향과 적용 가능한 기술들이 무엇인지 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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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즈 앙상블에서 리더십은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는가?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는 조직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많은 CEO들이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자!” “스타트업처럼 혁신적 문화를 만들자!”라고 외치지만 말처럼 실행이 쉽지 않은 이유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스타일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재즈의 작동원리에 관심3 을 갖는 이유는 재즈 앙상블이 즉흥연주 속에서 불확실성을 다루기 위해 오랜 기간 그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왔고, 이것이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이 필요한 기업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재즈 앙상블의 리더십은 연주자들이 리드(lead)와 조력자의 역할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등의 연주자 중 한 명이 솔로로 나서서 음악을 리드하면 나머지 연주자들은 조력자 역할을 한다. 재즈에서는 이런 조력, 즉 반주를 컴핑(comping)4 이라고 한다. 재즈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이 과정에서 실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솔로건 컴핑이건, 연주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고쳐나간다. 자신과 다른 연주자의 실수에 가치를 두고 배워나간다. 조력자로서 이들은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는 새롭고 가치 있는 방식을 개발한다.

 

재즈에서의 리더십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인 재즈임팩트에서 제안한 더섯가지 리더의 역할(소위 ‘APRIL’ 리더십)과 세 가지 조력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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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골드(Michael Gold)

    마이클 골드(Michael Gold)

    예술 기반의 학습을 이용해 스타벅스, IBM, 마이크로소프트, GAP, 지멘스, 크레디트스위스, HSBC, UN 등 세계적 기관의 소통과 혁신과정에 도움
    지난 20년 가까이 프로 재즈 베이시스트로서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적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
    2008년 비즈니스를 위한 예술 기반의 학습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반프리더십센터(The Banff Centre for Leadership)로부터 폴 플렉 펠로(The Paul D. Fleck Fellow)로 선정.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Executive MBA 과정과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서 재즈를 활용한 리더십 교육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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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email protected]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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