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가문 중 하나인 M&M그룹의 3대손 아난드 G. 마힌드라는 1981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어 뭄바이로 돌아가 M&M 그룹 산하의 철강업체 마힌드라 유진(MUSCO, Mahindra Ugine)의 중역이 됐다. 당시 인도 정부가 많은 기업에 최신 기술을 수입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고, 인도 내에 규모는 작지만 효율성이 높은 제철 공장 설립을 허용함에 따라 MUSCO는 치열한 가격 전쟁에 휘말렸다. 6개월이 흐른 뒤 고위 중역들은 젊은 마힌드라에게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리자들은 가격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얘기했지만 갓 MBA 학위를 따고 돌아온 아난드 마힌드라는 가격을 인하해 기업의 ‘공헌(contribution)’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봤냐고 물어왔다.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이나 반응을 볼 때 비용 곡선이나 마힌드라가 언급한 ‘공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했다.
자, 이번에는 25년이 지난 후의 모습을 살펴보자. 2007년 1월 총 6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M&M 그룹의 부회장이자 전무가 된 마힌드라는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연차회의에 참석했다. 트랙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던 M&M의 마힌드라는 세계 최대 트랙터 제조업체 존 디어(John Deere)의 회장 로버트 레인과 마주쳤다. 레인이 마힌드라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그 동안 미국 시장에서 M&M 트랙터 판매권을 갖고 있었다. 그 동안 귀사의 매뉴얼을 지켜봤다.” 마힌드라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나쁜 소식이기도 하고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나쁜 소식이란 존 디어가 M&M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이란 존 디어가 급성장하는 인도의 업체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존 디어가 M&M을 경계한다는 것은 곧 53살의 마힌드라가 그 동안 M&M에서 일궈온 중대한 변화를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시장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경제를 개방했던 1991년 마힌드라는 사실상 M&M의 총수가 됐다. 시장 개방과 함께 인도의 여러 가족기업이 몰락했지만 M&M은 지금껏 인도의 트랙터·다용도 자동차 시장의 선두 자리를 고수해 오고 있다. 2007년 M&M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트랙터 시장에서 40%, 다용도 자동차 시장에서 45%에 이르렀다. 비록 세계시장에 눈을 뜬 시점이 늦긴 했지만 M&M은 1990년대의 대부분을 구조조정에 할애한 덕에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M&M은 중국 기업을 인수해 중국에서 트랙터를 생산한 다음 호주와 아프리카, 4%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미국 등지에서 부품을 조립한다. M&M은 남아프리카공화국·우루과이·세르비아·이탈리아 등지에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판매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미국 시장에 하이브리드 SUV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괜한 허풍이 아니다. M&M이 내놓은 세계 수준의 SUV 스코피오(Scorpio)는 2002년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M&M은 스코피오 개발 프로젝트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금액은 세계 자동차 메이커 빅5들이 개발에 투입하는 비용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SUV 개발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마힌드라는 M&M의 실질적인 총수 자리를 내놓아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자신이 물려받은, 정체돼 있던 엔지니어링 업체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체로 바꿔놓았다는 칭송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M&M의 현재와 과거에 한 가지 놀랄 만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개혁 이후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자 M&M은 연관성이 없는 수많은 업체에 투자했다. 책과 고지도에서부터 와인, 요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마힌드라는 그룹을 이끌어 나갈 때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마힌드라는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여러 회사로 이뤄진 그룹 형태를 갖추는 편이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믿음 아래 중고차 판매에서부터 포도 수출까지 실로 모든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M&M 그룹 산하의 기업들은 마힌드라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세계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점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세계화와 혁신이라는 우선순위를 지켜 나가려면 마힌드라는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어떤 업체의 세계화 전략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대부분의 경우 세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여러 대륙의 최고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M&M 그룹 산하 기업들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마힌드라는 회사의 중심을 어디에 둘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마힌드라는 각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에게 완전 자율에 가까운 전권을 주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결과 각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봉건 영주와 같은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으며, 합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문화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함을 포용하는 태도가 생겨났고, 결국 그룹 전체의 발전 속도가 더뎌졌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토머스 A.스튜어트와 아난드.P 라만은 일주일 동안 뭄바이와 나시크에 머무르면서 M&M의 고위 중역, 현장 근로자, 노조 간부, 이사, 애널리스트 등의 얘기를 들었다. 또 두 가지 사항에 관해 마힌드라와 인터뷰를 하고 그룹의 가치가 각 기업의 가치를 모두 더한 것보다 크다고 믿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다음은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