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이 되면 관가나 기업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조직의 리더들이 윤리적 문제로 낙마하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도 무성한데 아니나 다를까 몇몇 인물들이 과거 윤리적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리더에게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는 리더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결정은 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운명을 좌우한다. 히틀러는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동원하는 탁월한 기술을 가졌지만 그를 훌륭한 리더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경영자들에게도 높은 윤리 수준이 요구되고 있다. 비윤리적 리더십의 대표 사례로 회자되는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최고경영진은 분식회계 등의 불법 행위로 투자자들에게 총 6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 한국에서도 기업인들의 비윤리적 행동이 많은 투자자들과 종업원들의 재산과 인생을 파탄시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사회의 리더,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의 윤리성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준법정신이 강하다는 미국에서도 대중의 54%는 기업 관리자들이 정직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 사장의 8%, 대기업 간부의 3%, 공직자의 3%만이 완전히 신뢰할 만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리더가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얼까. 리더십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 존 맥스웰(John Maxwell)은 다음의 세 가지를 원인으로 들었다. 첫째,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손쉬운 거짓말로 실수가 덮어지고 쉽게 원하는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둘째,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성취와 성공에 대한 욕구가 강할수록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윤리적일수록 선택의 폭과 성공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셋째,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윤리’라는 말로 정당화하며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로, 선한 의도를 전제로 판단한다. 이는 윤리를 보는 가치는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윤리적 상대주의와도 연결된다.
리처드 다프트(Richard Daft) 반더빌트대 교수는 개인의 도덕 발달 수준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낮은 단계인 ‘전기 전통적 수준(Pre-conventional Level)’에서는 단지 개인의 이익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 즉,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규범을 따른다. ‘전통적 수준(Conventional Level)’에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규칙과 기업 문화의 가치를 따른다. 문제는 조직이 비합법적, 비윤리적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정의 정당성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윤리적 상대주의로 이어진다. ‘후기 전통적 수준(Post-conventional Level)’ 또는 ‘원칙에 의거한 수준(Principled Level)’에서는 보편적으로 옳고 그름을 내면화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한다. 내면화된 가치는 공동체의 기대보다 중요하다.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0%만이 세 번째 수준에 이르렀다.
윤리적 상대주의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동양에서 더 경계해야 한다. 높은 공동체 의식은 집단의 결속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다른 집단을 배격하고 자기 집단의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해 결과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 특히 ‘집단사고(group think·조직원들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며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는 비윤리적 행동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직 내 윤리적 리더십을 향상시키고 윤리적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윤리적 행동 규정을 만들고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그 규정집을 읽고 이해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윤리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고 윤리적 행동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윤리와 관련한 자문 서비스와 비밀 핫라인을 운영하면서 비윤리적 행위를 고발하고 반대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주기적인 설문 조사와 윤리 칼럼, 공개 토론회를 통해 꾸준히 윤리적 분위기를 증진할 필요도 있다.
21세기에 윤리적 리더십이 새삼 강조되는 것은 비윤리적 행동의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가치와 비전의 공유에 기반한 윤리적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필요뿐 아니라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충성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윤리적으로 끌어가되 집단사고는 경계하는, 더 많은 진정한 리더(authentic leader)의 출현을 기대한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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