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DBR 106호와 108호에 게재한 두 번의 칼럼을 통해 필자는 리더로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고객과 시장에 대한 강박관념 수준의 관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21세기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 변화를 대비해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이야기하며 변화에 대한 강박관념 수준의 관찰과 스피드 있는 대응을 끊임없이 요구해 오고 있는 것도 시장과 고객에 대한 통찰력의 중요성을 CEO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이번 호에서는 다시 리더십의 첫 번째 구성요소인 긍정적 영향을 통한 부하들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성공한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하나
리더십을 강의하는 교수라는 직업상 필자는 성공한 리더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많이 누린다. 그럴 때마다 학자로서의 안테나가 가동되기 시작한다. 결국 그들은 필자가 연구하는 대상이자 샘플(?)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의 행동과 말에서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기 위해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필자가 발견한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그들의 성공이 단순히 그들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서만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성공 뒤에는 그들이 현실에 안주해 편한 길을 가려 할 때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려 할 때 끊임없이 그들을 도전하고 자극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려 노력했던 훌륭한 멘토 내지는 스승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성공한 리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긍정적 영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긍정적 영향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단어가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나는 지금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리더로서 나의 모습이 매일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운칠기삼(運七氣三)에서 말하는 운칠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스탠퍼드대 졸업 연설에서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내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도 오늘 하려고 계획했던 일을 나는 여전히 하려 하겠는가? No!라는 대답이 계속 된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고 이를 통해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발견해 나간다면 결국 리더로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까지 만난 성공한 리더들을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게 혼자의 의지와 노력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우리가 흔히 사용 하는 운칠기삼(運七氣三)이란 표현에서 7할의 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좋은 멘토나 선배를 만나 지속적으로 도전과 자극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 내가 받은 긍정적 영향은 결국 내가 누군가에게 되돌려줘야 할 빚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지금 멘토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하나 있다. 그건 “나는 지금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있는가”란 질문이다. 이건 꽤 부담스러운 질문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의 머릿속에 멘토란 존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삼겹살에 소주 몇 잔을 가지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받은 긍정적 영향은 반드시 이를 필요로 하는 부하나 후배에게 내가 되돌려줘야 하는 빚과 같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지금 이끌고 있는 회사나 부서에서 일하는 부하들 가운데 나를 멘토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멘토라는 존재로 자리잡는다는 게 내가 능력이 있고 잘나가는 임원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혼자만 역량계발하고 성공하겠다는 태도보다는 부하에 대한 관심과 애정, 더불어 성공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부하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 있다고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한 가지 필요한 게 있다. 바로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보여주고 알려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부하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일을 해왔는지 회상해 보자. 생각나는 거라곤 업무와 관련한 지시와 명령만 내리던 모습이라면 나를 멘토로 생각하고 기꺼이 내가 가진 긍정적 영향의 대상이 되길 원하는 부하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노력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다면 누군가는 나를 멘토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어깨 위의 계급장이 떨어져도 그들은 나에게 자발적인 추종을 할 것인가? 필자는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만나는 많은 리더들에게 도전을 주기 위해 칠판에 이런 문장을 써 놓는다.
“Why should anyone be led by me?”
이 문장을 보고 많은 리더들이 깊은 침묵에 잠긴다. 그리고 “나의 부하들이 무엇 때문에 나를 리더로 받아들이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기꺼이 동참하려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상사이기 때문에 내가 내린 지시나 명령에 순응하고 있는 부하들은 많다. 하지만 분명히 얘기하는데 나를 리더로 인정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자발적으로 동참을 하는 건 부하들에게 있어서는 선택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부하들에게 나와 같이 동행하고 싶다는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줄 수 있는 노력과 역량이 필요하다.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리더로서의 긍정적인 영향도, 부하의 자발적인 추종도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잠시 시간을 할애해 “why should anyone be led by me?”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보도록 하자. 리더들은 자신의 어깨 위에 붙어 있는 계급장(자신의 직위나 타이틀)을 자신의 리더십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언제까지 기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하면 ‘공신(공부의 신)’에 가까운 필자의 학생들 대부분이 날짜에 맞춰 과제를 제출한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필자는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강의해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줬더니 이에 감동받아 보고서를 한 명도 빠짐없이 제출하는군”이라고 생각하며 착각에 빠지곤 한다. 보고서를 한 명도 빠짐없이 제출하는 이유가 필자의 리더십 때문일까? 물론 그중에는 필자의 리더십에 감동받아 조금 더 열심히 보고서를 쓴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여기에 리더로서의 근본적인 착각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필자와 학생들의 관계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이를 평가해서 학점을 주는 관계에 불과하다면 필자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반드시 긍정적일 수도 없다. 부하들의 자발적인 추종이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상사의 어깨 위에 붙어 있는 계급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리더십에서는 ‘leadership without leverage’라고 한다) 부하들이 여전히 리더의 긍정적 영향권 내에 남기 원하고 리더의 영향력 때문에 부하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용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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