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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時産) 관리:21c 공존의 길

김광웅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21세기는 창조사회로 불린다. 따라서 부의 원천으로서 상상력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땅, 보석, 명화, 기술 등 물질을 최고의 자산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물질이 중요한지, 아니면 비물질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란에서 종종 무시되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돈이며 동시에 공존을 위한 기본 요소다.

 

우선 시간이 돈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2월 초 패트리어츠와 자이언츠가 경쟁하는 미식축구 슈퍼볼의 광고비가 똑딱하는 초당 13000만 원이어서 삼성전자가 90초 광고비로 117억 원을 쓴 것이 대표적 예다. 그러니 시간이 돈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시산(時産)은 이렇게 물질로 환원되는 시간 말고 품격 있는 시간도 포괄한다.

 

지난 300년 동안은 물질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요 목표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상이 유물론, 19세기 과학주의, 합리적 도구주의 등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욕망은지배의 리비도(libido)’. 경쟁에서 이겨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때문이다. 경쟁으로 얻는 것도 많지만 지배의 리비도는 빈곤, 질병, 갈등, 고통 등 지울 수 없는 부산물도 양산했다. 지배의 리비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환경은 파괴되고 양극화는 극으로 치닫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상은 지배가 아닌공존의 리비도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공감(homo empathicus)해야 서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제 나만 항상 이겨서는 안 되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삶을 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인지문화혁명(revolution of cognitive culture)’이라고 말하는데 이때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생명체와 시간이다. 여기서는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시간을 잘 쓰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명제다. 시간이 있기에 일하며 산다고 할 정도로 시간은 생명체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요소다. 물론 공간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간은 이미 중요한 자산으로 부상한 지 오래됐다. 시간은 공간보다 신축적이고 때로 무한대여서 부를 창출하고 잘 나누어 쓰면 공존의 길을 열 수 있다.

 

중요한 책임을 맡은 사람들부터 공존의 개념에서 금쪽 같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은시간 요리(time budgeting)’를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비서실에서 손님을 한없이 기다리게 하는 장관과 도지사가 있다. 비행기 문닫을 때가 돼야 헐레벌떡 달려오는 대학 총장도 있다. 저녁 식사 약속을 서너 개 만들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CEO도 많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아껴 써야 한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대개 내 시간은 아깝고 남의 시간은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시간이 귀한 것과 잘 쓰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훌륭한 리더일수록 부족한 시간을 분과 초단위로 쪼개서 사용하면서도 매 순간에 집중한다. 비록 짧은 시간을 만나더라도 만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은 나의 시간뿐 아니라 상대방의 시간에 대한 존중이며 예의다. 이것이 잘 사용한 시간이 공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시간을 잘 쓰면 공존할 수 있다는 명제는 여기에 기초한다.

 

모든 일은시의(時宜)’에 맞아야 빛나고 돋보인다. 이는 물리적 시간 개념을 넘는 차원의 이야기다. 나만 쓰면 그렇게 되지 않고 남과 더불어 나누어 써야 그렇게 된다. 시간을 돈으로 생각하고 부를 축적할 생각만 하지 말고 시간을 격조 있게 나누어 써 인격을 완성해야 한다. 무조건 달려가 쟁취하려고만 들지 말고 걸음거리만이라도 느리고 여유 있게 반박자라도 더 쉬며 걷다 보면 누군가가 내 옆에서 함께 걷고 있을 것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email protected]

저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대통령직속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냈다. 최근에는 리더십과 융합학문에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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