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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선무:리더는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박재희 | 99호 (2012년 2월 Issue 2)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분주하다. 기존의 정당과 차별화한다고 정당의 명칭을 바꾸고, 외부에서 공천심사위원장을 초빙하거나, 국민들이 깜짝 놀랄 만한 후보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경제계도 덩달아 소란이다. 대기업의 골목 상권진출을 비난하면서 중소 상인들에게 구애하고 있고,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고, 재벌들에게 재벌세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 표를 얻어 보려고 안달이다. 무언가 행동을 하고 있지만 모두 무대에서 진행되는 연극의 한 장면 같아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오래된 시나리오 연극의 한 장면을 보면서 무엇을 먼저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할지 선후(先後)와 시종(始終)과 본말(本末)을 모르는 행태에 가슴이 답답하다.

 

<맹자(孟子)>에는급선무(急先務)’라는 구절이 있다. 급하게 먼저 힘써야 할 것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장 급하지 않는 것에 매달리고 있는 것을 경고하는 글이다. ‘똑똑한 리더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지만 마땅히 급히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知者無不知也 當務之爲急). 인자한 리더는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해야 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을 먼저 주변에 두는 것이 급선무다(仁者無不愛也 急親賢之爲務).’ 리더는 세상의 모든 것을 챙기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사랑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할 일이 있고, 발탁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맹자가 살던 시대의 지도자들 역시 선후와 본말이 전도된 리더십을 발휘했다. 정작 급히 해야 할 일은 접어두고 말단의 일에 관심을 갖고 급히 충원해야 할 인재는 버려두고 겉으로 보이는 인자함만 중요시 여겼기에 맹자는 급선무를 모르는 리더라고 일갈(一喝)했던 것이다. ‘요순(堯舜) 같은 훌륭한 리더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지만 급히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이 있는 것이다(堯舜之知而不徧物 急先務也).’ 많이 아는 것보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한 리더의 지혜다.

 

동양의 리더십 교과서 <대학(大學)>에는 선후(先後)를 제대로 파악하고 급선무(急先務)를 제대로 처리하는 지도자를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정의하고 있다. ‘모든 존재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다(物有本末). 어떤 일이든 처음과 시작이 있다(事有終始). 선후(先後)를 제대로 아는 것이 진정 도()를 아는 지도자이다(知所先後 則近道矣).’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도 못하면서 양로원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며 생색을 내는 것은 급선무(急先務)를 모르는 자식의 모습이다. 자신의 직원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면서 외부에 얼굴을 알리려고 언론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사람은 급선무를 모르는 기업인의 모습이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근본을 모르고 오로지 당명(黨名)만 바꾸고 인지도 높은 사람을 영입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정당은 급선무를 모르는 정당이다.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되고, 선후(先後)가 뒤바뀌고, 본말(本末)이 거꾸로 된 사회는 희망이 없다. <논어(論語)>군자무본(君子務本)’이란 구절이 있다.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위기에 직면해 무너지고 있고 세계의 강국 미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단순히 재정이나 금융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Basics)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탐욕과 무책임한 말단(末端)이 성()했기에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지금 당장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하게 먼저() 해야 할 일(). ‘급선무(急先務)’가 가장 시급한 문제 해결의 화두(話頭).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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