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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를 위한 성과관리 코칭8

“대인 관계 갈등? 이봐요, 팀은 서로 버팀목이랍니다

김성완 | 93호 (2011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팀장은 리더이자 팔로어입니다. 고위경영진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높여야 합니다. 팀장의 리더십 역량은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리더십 연구는 주로 고위경영진에게 국한돼 있었습니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팀장 리더십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1   누가 팩스 치웠어?
전화벨이 울렸다. 정 대리는 전화기에 머리를 조아리며 연신 “I’m so sorry”라고 말했다. 정 대리는 오세아니팀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회사 최고의 영업실무자였다. 그런 정 대리에게 저런 모습은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간신히 전화를 끊은 정 대리는 다짜고짜 외쳤다. “호주 B사 인보이스 팩스 본 사람 있나요?” 순간 사무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얼마나 소리가 컸는지 사무실 반대편에 앉아 있는 아시아사업부팀원들에게까지 그 소리가 들렸다. 정 대리는 관리팀 옆에 있는 팩스 서류함을 다 뒤졌다. 그런데 서류함이 깨끗했다. 누군가 청소를 한 것이다. 이 서류함은 청소하는 아주머니 외에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무실 내 누군가가 치운 것이다. 정 대리는 관리팀과 북미팀, 중국팀 등 온 팀을 다니면서 호주 B사의 팩스를 수소문했다. 보지 못했다는 냉랭한 대답만 돌아왔다. 정 대리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호주 B사에 사과 편지와 인보이스 재발송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금 긴급 발주를 낸다고 해도 제품 요청 기일을 맞추기 어려웠다. 항공으로 보낸다면 엄청난 물류비용을 감당해야만 했다. 팔아도 남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사무실에서 한창 소란스러울 때 오 대리는 옆 회의실에서 신입사원인 이소연 씨에게 열심히 광물 영업에 대한 OJT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란히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씩씩거리는 정 대리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 대리는 오 대리보다 2년 선배지만 나이는 동갑이다. 정 대리는 K상사에서 잔뼈가 굵은 6년차 베테랑이다. 회사에서도 아이템별 영업실적만 본다면 줄곧 상위권의 실적을 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작년부터 오 대리가 정 대리의 실적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오 대리의 실력을 인정하고 광물 매출 확대를 위해 신입사원을 오 대리 파트에 추가 배치했다.
 
“정 대리님, 무슨 일 있어요? 얼굴 표정이 말이 아니네요?”
 
“야, 오 대리 지금 몰라서 물어?”
 
정 대리가 오 대리에게 말을 낮출 때는 화가 단단히 났다는 증거다. 평상시는 서로가 존칭어를 쓰는 사이다. 그때 오 대리가 발끈했다.
 
“아니, 정 대리님, 왜 말을 놓고 그러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후배라고 함부로 말 놓으시면 섭섭하죠.”
 
“아니, 지금 불 난 집에 부채질이야. 지금 수천 만원이 날라가게 생겼는데. 옆에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알겠습니다. 가만히 있어드리죠.”
 
두 사람은 돌아 앉았다. 그러나 정 대리도 오 대리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정 대리는 다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마치 망치로 두드리는 듯했다. 정 대리는 팀장에게 사고발생 보고서를 올렸다. 호주의 B사로부터 의류 선적일자를 앞당겨 달라는 고객의 팩스가 중간에 분실돼 생긴 납기지연 영업손실 보고서였다. 아울러 전사게시판에 호주 B사 팩스를 본 사람을 찾기 위해 공지를 올린 뒤 팀장에게 보고하러 갔다. 한편 신입사원인 소연 씨는 게시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금요일,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팩스와 복사기 등 사무기기와 서류 보관함 주변의 종이가 너무 지저분해서 정리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정리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읽지 않고 분쇄기에 넣었던 것이다.
 
 2  신입사원 교육 어떻게 시킨 거야!
정 대리는 팀장 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왔다. 아침부터 소란을 떨어서인지 오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점심도 먹지 않았다. 벌써 5시가 가까워졌다. 게시판을 보니 조회 수가 전사 인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그때 신입사원 이소연 씨가 등 뒤에 서 있었다. 정 대리는 흠칫 놀라며 말했다.
 
“어, 소연 씨구나. 왔으면 말을 하지. 깜짝 놀랐잖아.”
 
“죄송합니다. 정 대리님!”
 
벌써 소연 씨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정 대리는 사태를 알아차렸다.
 
“뭐가 죄송하다는 거지. 그리고 무슨 눈물까지. 안 그래도 나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그 팩스를 치운 것 같아요.”
 
“뭐라고? 네가 팩스를 치웠어. 어디에 있는데?”
 
“저는 폐지인 줄 알고 분쇄기에 그만….”
 
“아휴∼ 정말, 사고뭉치 한 명 들어왔네. 정신을 어디에 팔고 다니는 거야. 팩스와 폐지도 구분 못하니. 팩스를 왜 치워. 팩스는 서류함에 넣어야지. OJT 기간에 뭘 배운 거야. 기본도 안된 애들한테 자꾸 어려운 것부터 가르치려고 하니까 이 모양이지.”
 
그때 마침 오 대리가 팀장 미팅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니, 소연 씨 무슨 일 있어? 어이구 두 눈이 왜 그래. 정 대리님 소연 씨가 뭐 잘못했습니까?”
 
“잘못했지요. 잘못도 큰 잘못을 했지요. 입사 한 달 만에 수천 만원을 날리게 됐으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혹시 그 호주 B사 팩스건과 소연 씨가 관련이 있나요?”
 
“눈치는 빠르시네. 오 대리! 신입사원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왜 가만히 있는 팩스를 분쇄기로 갈아먹어.”
 
정 대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오 대리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이소연 씨의 얼굴을 보았다. 이소연 씨는 다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모든 시선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정리해야 했다.
 
“정 대리님 제가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됐는데 뭐를 알겠습니까? 다 제가 잘못한 것입니다. 이번 건은 제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구 오 대리가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거야. 매출 손실을 대신 갚겠다는 거야?”
 
“그렇게 해야 한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오 대리, 안 그래도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신입사원 교육을 기본부터 시키지 않고 영업이론부터 가르쳐? 업무기초부터 제대로 시켜야지.”
 
“아니, 정 대리님! 팩스 문제와 신입사원 교육방식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이런 문제로 전 사무실 사람들이 다 듣도록 혼내시면 신입사원과 제가 어떻겠습니까.”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팀장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오세아니아팀 김 팀장이 그 소리를 들었다. 김 팀장은 두 사람에게로 다가왔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여기가 두 사람만 근무하는 곳이야?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려고 해야지 잘잘못부터 따지면 되나. 두 사람 모두 회의실로 좀 들어오지.”
 
김 팀장은 회의실로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정 대리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신입사원인 이소연 씨를 교육시키고 있는데 오 대리가 중간에 간섭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감정의 골이 깊었던 모양이다. 김 팀장은 그런 두 사람을 단단히 혼냈다. 그러나 혼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감정의 골은 대화를 가로 막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설픈 화해의 제스처를 하고 돌아갔다. 김 팀장은 그동안 업무 실적 중심의 팀 운영이 팀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돌아봤다. 그리고 저녁에 통()코치와 미팅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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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완

    김성완[email protected]

    통코칭 대표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 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리더의 마음혁명』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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