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상황에 맞게 적절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화를 내야할 때 적절히 화를 내거나 슬퍼해야 할 때 적절히 슬퍼할 줄 아는 것처럼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단과 행동을 시중지도(時中之道)라고 한다.
상황(時)은 늘 변한다. 상황 변화에 따라 가장 균형 잡힌 최적의 황금률(中)을 찾아내는 것이 시중(時中)이다. 여기서 중(中)은 정해진 실체가 아니다(中無定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이다(隨時而在). 내 눈앞에 음식이 맛있다고 과식하거나 운동으로 건강을 보충해야 할 때 일을 핑계로 이를 소홀히 한다면 시중지도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다거나 역량이 있는데도 소심하게 현실에 안주한다면 이 또한 시중지도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중(時中)의 관점에서 보면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극단이 없다. 오로지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眞實無妄).
<중용(中庸)>에서는 군자와 소인의 인생을 비교하면서 군자는 시중지도를 실천하는 사람이며 소인은 시도 때도 모르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군자지중용야(君子之中庸也)는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다!’(군자의 중용적 삶은 때를 잘 알아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중심을 잡아 사는 것이다!)
‘소인지반중용야(小人之反中庸也)는 소인이무기탄야(小人而無忌憚也)니라!’(소인의 반중용적 삶의 형태는 시도 때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인생을 막 살아가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사람은 때(時)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물러나야 할 때가 있고, 말 할 때가 있고, 침묵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사람은 늘 때를 알아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용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時中)은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평형(Equilibrium)이다. 치우치지도 않고(不偏), 기울어지지도 않고(不倚),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는(無過不及) 것이다. 둘째는 역동(Dynamic)이다. 정지된 중용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중용이다. 셋째는 지속(Maintenance)이다. 잠깐의 평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기업이 다양한 제품을 통해 균형 잡힌 수익을 올리고(평형), 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며(역동), 지속유지가 가능하다(유지)면 시중지도(時中之道)를 실천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중(時中)의 극치는 중화(中和)다.
‘인간의 감정인 희노애락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은 상태를 중(中)이라고 한다(喜怒哀樂未發 謂之中). 그 희노애락의 감정이 밖으로 표출돼 적절한 시중(時中)의 원칙에 맞을 때를 화(和)라고 한다(發而皆中節謂之和).’
덕수궁에 있는 중화전(中和殿)이란 전각의 이름도 바로 이 구절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한 나라를 책임진 국왕은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 늘 시중을 유지해야 하고 함부로 노하거나 기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중지도(時中之道)는 리더에게 늘 요구되던 덕목이었다. 보민(保民)과 보국(保國)의 관점에서 보면 리더의 개인적 감정과 명예, 타인의 비난은 어떤 결정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지켜야 할 사람이, 지켜야 할 조직이 있기에 리더는 늘 상황(時)을 읽어내고 그 상황에 기초해 가장 적절한 답(中)을 찾아 지속적으로 조직의 생존을 도모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시중지도(時中之道)를 실천하는 리더의 진면목(眞面目)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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