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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君子는 ‘통섭형 인간’

박재희 | 50호 (2010년 2월 Issue 1)
바야흐로 ‘통섭(統攝)’의 시대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서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고, 동서양이 만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화두다. 많은 경영자들이 인문학과 문화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와 영역을 넘나들며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과 열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는 한 가지 전문 기술 분야만 알아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다양한 분야를 하나로 모아 통섭해야 차별화되고 극대화된 기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오로지 하나만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좀 더 요구하자면 다른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지평을 확보하는 것도 새로운 생존을 위한 방법이다.
2500년 전 공자 역시 다양한 분야를 넓게 볼 수 있는 통섭형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군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한 가지만을 담을 수 있는 편협한 그릇이 돼서는 안 된다.”
성리학자였던 주자(朱子)는 이 구절에 이렇게 주석을 달았다. “그릇이라는 것은 각각 자신이 담을 수 있는 용도에만 적합한 것이지(器者各適其用), 서로 다른 영역까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不能相通).”
이 주석은 한 가지 영역에 국한되어 다른 분야와 상통하지 못하는 단절된 그릇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군자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일의 윤리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를 논하면서 논어의 군자불기를 매우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동양에는 전문성도 없고 전문적 직업에 대한 윤리도 없었다. 그래서 동양은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고 서양에 비해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하며, 이 구절을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근거로 들고 있다. 이제는 논할 의미가 없는 제국주의적 세계관의 대표적인 논리다.
군자불기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첫째, 군자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하고, 자신의 지식만 맞다고 하는 사람은 군자일 수 없다. 그릇은 하나만 받아들일 뿐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둘째, 군자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그릇을 깨는 것이 유연함이다. 지금의 내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군자다. 지금 잘되는 사업을 부수고 새로운 그릇으로 새 사업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셋째, 군자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나무를 정확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내 전문 분야에만 매달려 전체의 모습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새로운 가치 창출은 쉽지 않다. 포용력과 유연성, 그리고 다양성은 군자불기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군자의 모습이다.
전문가는 아름답다. 그러나 기업과 조직에서는 통합의 사유를 통해 세상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통섭형 인간도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고, 아무도 찾지 못한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고, 누구도 해본 적 없는 혁신적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사람, 어쩌면 미래 사회에서 우리에게 답을 찾아줄 수 있는 현대적 의미의 군자(君子)의 모습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만 수용하고, 내 가치만 옳다고 생각하고, 내 생각만 정의라고 생각한다면 한 가지만 포용하는 조잡하고 편협한 그릇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전체를 읽을 줄 알고, 다자를 포용할 줄 알고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논어의 군자불기 철학에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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