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의 지정학적 상황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에 북한의 2차 핵 실험까지 겹쳐 미래 예측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 제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구성원들의 심리 상태는 불안해진다. 배가 풍랑에 휩싸여 위태로워지면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선장의 얼굴만 쳐다본다고 한다. 이때 선장의 얼굴이 자신에 차 있으면 사람들은 안심하고 사태를 수습해간다. 하지만 선장이 당황하고 자신 없어 하는 조짐을 보이면, 사람들은 여지없이 혼비백산하며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다. 리더도 인간인데 어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리더는 최선을 다해 스스로 확신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 즉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구성원들의 평정심을 도모하고, 조직이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차분히 항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극심한 불확실성 아래서는 평소보다 좀더 큰 생각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할 만큼 극심한 환경 변화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 환경도 근본적, 구조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을 보자. 수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소위 ‘빅3’ 체제가 무너지고 말았다. 설마 하던 GM의 파산이 현실화됐다. 이러한 격랑이 지나가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생태계에서 새로운 종이 과거의 종을 대체하고, 또 다른 게임의 룰이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 생태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자기 회사의 비전 제시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훨씬 큰 수준에서의 비전, 즉 ‘생태계 비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매우 본질적이고 전략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한다. 과연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격랑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 어떤 환경이 닥쳐올 것인가? 그러한 새로운 환경에서는 어떤 생태계의 룰이 등장할 것인가? 그러한 룰 아래서는 어떤 종이 더 잘 적응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과 조직 형태가 새로운 환경에서 번성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거쳐 “향후 우리의 ‘업(業)’은 이렇게 변할 것이다”라는 식의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의 불확실성은 의욕에 찬 리더에게 오히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기존 게임의 룰이 확고하고 과거의 경쟁 구도가 유지되는 안정적 환경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기존 생태계가 파괴되고 새로운 생태계가 태동하는 격변기야말로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다. 그러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뭇 흥분되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리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라는 ‘긍정적 중압감’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은 분명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하지만 어차피 조직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리더라면, 불확실성을 항상 겪어야 하는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회피하려는 수동적 마인드는 대단히 위험하다. 더구나 최근의 불확실성은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와 개별 조직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이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이런 기회는 한동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태계 비전을 제시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환경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조직의 비전도 따라 나오게 된다. 리더는 반드시 확신에 찬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극심한 불확실성 아래서 확신을 가지려면 반드시 생태계 변화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