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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 경영원칙

박재희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난세에는 더욱더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야 한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힘들수록 인문학은 힘을 얻는다. 제왕들이 천하국가를 경영하는 원칙을 설파한 다양한 고전 가운데 중용(中庸)이라는 책이 있다. 중용에는 이른바 ‘구경(九經)’이라는, 제왕의 아홉 가지 천하경영 원칙이 나온다. 요즘 같은 난세에 생각해야 할 경영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천하를 경영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몸을 수양하라! 수신(修身)이다. 경영의 시작은 수신으로부터 시작한다. 리더가 자신의 몸을 수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이 동양 통치철학의 기본 정신이다.
 
두 번째, 능력 있는 인재를 우대하라! 존현(尊賢)이다. 난세에는 결국 훌륭한 인재를 소유한 조직이 승리한다. 인재를 아끼는 리더에게 좋은 인재가 모여들 수밖에 없다. 주(周)나라 주공이 인재가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머리를 감고 있다가도 세 번이나 감던 머리를 움켜쥐고 인재를 만나러 나갔다는 ‘일목삼착(一沐三捉)’ 고사는 동양의 리더들이 인재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이야기다.
 
세 번째, 주변을 소중히 여겨라! 친친(親親)이다. 주변을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는 당장 나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주변에 있어만 주어도 울타리가 되는 사람에게 최대한 잘하라는 충고다.
 
네 번째, 대신을 공경하라! 경대신(敬大臣)이다. 대신은 조직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다. 창업에 도움을 주었거나 조직의 생존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사람을 공경하고 잊지 말아야 조직이 반듯하게 선다는 뜻이다.
 
다섯 번째, 여러 신하를 내 몸처럼 생각하라! 체군신(體群臣)이다. 여기서 체(體)는 내 몸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간부 직원들을 소중히 생각하라는 의미다. 나를 위해 수족처럼 움직이는 간부들이야 말로 내 몸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들이다.
 
여섯 번째, 서민들을 내 자식처럼 여겨라! 자서민(子庶民)이다. 기업으로 보면 일반 직원들을 내 자식처럼 여기라는 것이다. 전국시대 정치가인 맹자는 그들에게 해줘야 할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항산(恒産)’이라고 했다. 일정한 직업과 생계능력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원들의 생계를 먼저 고민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충고다.
 
일곱 번째, 기술자들을 초빙하라! 내백공(來百工)이다. 백공은 백 가지 다양한 기술자, 즉 전문가를 의미한다. 어려울수록 능력 있는 기술자를 우대해 세상의 모든 기술자가 오고 싶어 하는 조직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여덟 번째,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라! 유원인(柔遠人)이다. 원인(遠人)은 먼 곳에 있는 사람, 즉 변방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조직의 핵심부가 아닌 먼 곳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 아홉 번째, 이웃 나라 제후들을 잘 품어주어라! 회제후(懷諸候)이다. 여기서 제후는 이웃 조직의 리더다. 주변 조직의 리더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선린의 교유를 지속해나가라는 뜻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아홉 가지 경영원칙, 구경(九經). 가만히 생각하면 상식적인 것이지만 하나라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이야기다. ‘내 몸을 먼저 수양하고 인재와 전문가를 우대하라’, ‘간부들과 직원들을 내 몸처럼 여기고 주변과 이웃 조직의 리더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제왕의 통치철학은 바로 오늘날 조직의 경영을 맡은 리더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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