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에게 필요한 빅데이터 분석 역량은 제목과 키 차트의 시각화를 통해 분석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제목 달기’를 할 때는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문제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키 차트에는 문제가 되는 관점이 명확히 담겨야 한다. 이를 통해 임원은 분석의 기준을 분명히 함으로써 데이터 과학자와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빅데이터 분석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관한 소통은 차트 데이터로 이뤄진다. 이때 분석의 끝, 즉 분석 결과를 요약하는 능력이 빛을 발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분석의 끝을 요약할 수 있는 역량’은 분석의 초창기에 발휘될수록 더욱 부가가치가 커진다. 즉, 분석을 하기 전부터 만약 이 분석이 성공한다면 우린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를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어떤 데이터로 어떤 기법을 사용할지 알 수 없기에 기획의 완성도가 떨어지겠지만 이런 모호함을 넘어 분석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는 역량이야말로 임원이 가져야 할 데이터 리더십(Data Driven Leadership)의 핵심이다.
분석을 하기도 전에 분석의 끝을 요약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얼핏 가설을 설정하는 역량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빅데이터 분석은 가설 없이 탐색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설적인 답의 내용을 분석 초반부터 명확히 정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다. 업력이 많은 임원에게조차도 말이다. 그럼 뭘 정하라는 것일까? 정확히 말하면 분석의 제목을 달고, 분석이 성공한다면 얻게 될 키 차트(Key Chart)를 그리라는 것이다. 가설은 분석 경과에 따라 늘 변화무쌍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가설을 수립하는 것보다 제목과 분석의 최종 이미지만 정해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빅데이터 안에 어떤 패턴이 숨어 있을지 알 수가 없기에 분석 중 발견되는 다양한 패턴이 우리의 가설을 무수히 바꾸게 된다. 그러므로 가설적인 내용 없이 분석의 목적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툴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제목과 키 차트만 잘 작성해도 조직 내 수많은 분석 프로젝트들의 성공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임원의 ‘제목 달기’와 ‘키 차트 그리기’ 역량은 분석 기획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필자는 딜로이트컨설팅 전략팀장, 글로벌 1억 명 사용자 비즈니스 플랫폼의 최고전략임원(CSO), 인공지능 서비스 상장사 최고운영임원(COO)을 거친 경영자 출신 데이터 전략가이다. 현재 딥스킬(deepskill.io)의 대표로 강의, 출판, 컨설팅을 통해 데이터 사고력(Soft skill)과 툴을 다루는 힘(Hard skill)의 균형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KT그룹, 현대자동차그룹, KB금융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및 데이터 관련 강의를 했다. 2021년 국가인재원 데이터 리터러시 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2022년 행정안전부 장관상(데이터 사고력 공적 인정)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데이터로 말하라(2015)』, 국회도서관 추천 도서인 『데이터 리터러시(2021)』가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