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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거꾸로 가라

박재희 | 19호 (2008년 10월 Issue 2)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돼 투자은행(IB)으로 번진 금융가의 불이 이제 상업은행(CB)을 지나 실물 경제에 옮겨 붙으면서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고 증시가 폭락하는 등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명문대 출신의 금융공학 전문가들에 의해 환상적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의 성과와 대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세상은 반드시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모든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가는 길이 결과적으로 오히려 위험한 길이었으며,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남들과 반대로 걸어 갈 때 진정 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모든 사람이 지중해를 건너 로마를 공격하자고 주장할 때 거꾸로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들어가 승전을 거두었다. 진시왕은 진(秦)나라 토종 귀족들의 외국인 출신 추방 운동인 축객(逐客) 논의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외국에서 온 인재들을 받아들여 천하통일의 초석을 닦았다. 리더가 길을 결정할 때도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하는 길이 반드시 옳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역설의 미학으로 동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고전 도덕경(道德經)은 거꾸로 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도의 운동성이라고 말한다. 일명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의 화두다. 반(反)은 ‘거꾸로’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거꾸로(反)’가 도(道)의 운동성(動)이라는 뜻이다. 정답은 다수의 길이 아닌 소수의 길에 있으며, 모두가 옳다고 하는 길과 반대로 가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월가의 천재(?)들이 마구 대박상품을 찍어낼 때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며 반대의 길을 택했다. 남들은 시대를 읽지 못한다고 손가락질했지만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걸었기에 위기에 강한 존재로 남을 수 있다.
 
옛날 어머니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 중에 ‘몰려다니지 마라’는 말이 있다. 몰려다니다 보면 자신의 주관적 판단은 유보하고 오로지 분위기에 휩쓸려서 가서는 안 될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부동산이나 증권으로 몰려갈 때 거꾸로 예금이나 채권으로 가거나, 남들이 파생상품으로 몰려갈 때 거꾸로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나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의 위기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노자는 “모든 사람이 옳다고 보는 것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게 마련이고, 진정 안전하고 옳은 길은 오히려 위태롭고 그른 길처럼 보인다”며 도의 역설을 강조했다.
 
정말 밝은 도는 보기에 어두운 것처럼 보인다(明道若昧). 앞으로 나아가는 도는 보기에 뒤로 물러나는 듯 보인다(進道若退). 정말 흰색은 보기에 더러운 것처럼 보이고(大白若辱), 정말 넓은 덕은 보기에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廣德若不足).”
 
사람들은 정말 밝은 길을 어두운 길이라고 판단해 가지 않고,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을 뒤로 가는 길이라고 착각하여 오히려 뒷걸음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판단 주체는 바로 나여야 하며, 어떤 누구의 판단도 나의 결정에 확실한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수없이 많은 애널리스트와 부동산 전문가, 경제학자, 컨설턴트의 예측과 방향 제시가 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은 이미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세상은 보편성과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상식에 의해 움직여지기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기존의 상식과 원칙을 뒤바꿔라. 답은 거꾸로 보는 데 있다. 도는 늘 일반인의 상식과 반대(反)로 가기 때문이다. 노자의 역설 미학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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