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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리더십의 조건

CEO보다 CRO(Chief Revitalizing Officer)가 되라

박정열 | 331호 (2021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조직의 지속가능성 담보는 조직의 생기, 생동성, 활력에 기반한다. 생명력 없는 조직은 외부 변화를 주체적으로 내재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바로 ‘조직활성화’다. 조직활성화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이 높은 수준으로 몰입하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직이 보이는 핵심적인 특징은 구성원들이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가지고 있고 강한 실행력이 있으며 변화에 대한 적응과 융통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모습은 당연히 조직을 생동감 있게 유지하고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조직활성화는 ‘성과 관리’와 ‘정서 관리’라는 두 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간 우리 기업 조직의 리더들은 규모의 속도전을 펼치는 가운데 정서 관리보다는 성과 관리에 치우치고 말았다. 하지만 정서 관리는 조직활성화 측면에서 성과 관리보다 우선시돼야 할 영역이다.



최고 조직활성화 책임자

1998년, 마릴린 K. 고윙, 존 D. 크래프트와 제임스 캠벨 퀵은 공저 『The new organizational reality』에서 21세기 준비를 위해 조직에 요구되는 것으로 ‘Revitalization’, 즉 조직활성화를 제시했다. 당시 화두가 되고 있던 경영 혁신 개념 및 도구들(이를테면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나 전시품질경영(TQM))과는 사뭇 결이 다른 것이었다. 조직활성화란 개념이 이때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었다. 조직활성화는 1966년 캘리포니아대의 워런 G 베니스 교수가 그의 논문 『Organizational Revitalization』에서 처음 사용했다. 조직활성화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몰입도가 높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직이 보이는 핵심적인 특징은 구성원들이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가지고 있고 강한 실행력이 있으며 변화에 대한 적응과 융통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 혁신의 개념 및 도구들과 이 조직활성화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경영 혁신의 개념과 도구들이 톱니를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조직활성화는 이 톱니에 기름칠을 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겠다. 기름칠 안 된 톱니는 마찰이 커지고 이에 따라 쇼크를 받기 쉬워 결국 오래 가지 못하게 된다. 조직의 지속가능성 담보 역시 조직의 생기, 생동성, 활력에 기반한다. 조직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바로 조직활성화다. 이러한 이유로 고윙, 크래프트, 퀵은 모두가 ‘톱니 갈기’에 여념이 없던 때 ‘기름칠’을 상기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들의 제안을 기업 조직의 CEO들은 잘 받아들였을까?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 기관 콘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1 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맞이한 첫 10여 년 동안 CEO의 25%, 즉 4명 중 1명이 교체됐다. 재임 기간으로 보면 평균 3.5년 정도였다. 비슷한 기간 국내 상황은 평균 2.6년으로 더 짧았다. 2 CEO 교체야 지난 세기에도 그랬듯 기업 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으나 21세기 들어 확인된 이 숫자들은 대부분 비자발적 해임, 즉 해고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대부분 조직이 21세기 준비를 위해 경영 혁신을 통해 톱니를 날카롭게 갈지 않았던가? 경영 혁신 개념과 도구들을 통해 톱니를 날카롭게 갈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수많은 CEO가 기대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기에 강제로 물러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름칠’을 경시한 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리더십 자문 기관인 ghSmart의 2017년 연구 3 에 따르면 21세기 CEO들이 성과 창출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장착해야 할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 ‘과감한 실행’ ‘주도적 변화 대응’ ‘영향력 있는 관계 맺기’ ‘신뢰 형성’이 꼽혔다. CEO에게 제시된 요건은 곧 성공적인 조직에 필요한 생존 요소다. 즉,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성과를 내고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과감한 실행, 주도적 변화 대응, 영향력 있는 관계 맺기, 신뢰 형성이라는 DNA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21세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렇게 강조됐던 경영 혁신 개념과 도구 관련 요소들은 거론되지 않았고 오히려 조직의 생기, 생동성, 활력과 가까운 요소들만 제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21세기 조직의 성과 창출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톱니를 날카롭게 하는 일보다 톱니에 기름을 바르는 일, 다시 말해 비즈니스 전략,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보다 조직활성화와 관련된 것이 취약한 상태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CEO를 선임하는 이사회의 결정 기준이 가시적 결과를 빨리 내는 능력에 집중돼 있어서인지 몰라도 많은 조직의 CEO가 비즈니스 전략,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 등 눈에 띄고 생색나는 경영 혁신에만 초점을 둘 뿐 조직활성화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CEO 교체를 통해 조직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려 하기 이전에 먼저 선임의 기준을 제대로 검토하고 세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기준은 잘못된 CEO 선임이라는 패착을 반복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 활력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무지한 조직과 CEO들은 성적표가 좋을 리 없다. 별 의미 없이 CEO만 자주 교체할 수밖에 없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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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열

    박정열[email protected]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박정열 전임교수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자기다움에 기반한 마인드 빌드업 프로그램, ‘미래인재마인드’ 과정을 개발해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산업교육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며 대표 저서로는 『휴탈리티 미래인재의 조건(저녁달, 202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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