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틀림없다.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82년 11월, 당시 34살이었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젊은 사장 레이 달리오는 미국 의회 청문회와 주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위기를 예견했다. 그의 표정과 말투 모두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이미 그의 1년 전 주장대로 신흥국가 중 하나인 멕시코가 채무 불이행에 빠진 상황이었다.
25년 후, 그는 이 영상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내가 참 재수 없고 오만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의 예측이 틀렸기 때문이다. 그가 지적했던 유동성 위기는 오지 않았다. 그의 예상과 달리 주식은 계속 올랐고, 그 후 18년 동안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달리오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방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창업해 8년간 승승장구했던 브리지워터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달리오는 어쩔 수 없이 동료들을 다 떠나보냈다. 그는 아버지에게 4000달러를 빌려 가족 생활비로 써야 했다.
달리오는 잃은 돈에 대한 아쉬움보다 그의 예측이 빗나갔다는 창피함을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왜 틀렸는지, 놓친 것이 무엇이었는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그의 문제를 세 가지로 진단했다. 그는 맹목적인 확신에 가득 차 있었고,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과거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시장 예측의 어려움을 간과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가 맞다’고 주장하기보다 ‘내가 맞는지 어떻게 알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는지, 그 주장에 어떠한 요소도 거짓이나 과장이 없는지 등을 끊임없이 검증했다. 주장에 반대하는 가장 똑똑한 사람을 만나 검증하고, 큰 이익을 지키고 손실을 줄이는 식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그는 이를 브리지워터 조직에도 적용했다. 이른바 ‘아이디어 성과주의(idea meritocracy)’다. 자신이 목표를 설정하고 결정해 직원들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선정되도록 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고안했다.
달리오는 ‘극단적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을 내세웠다. 회의 때 직급에 상관없이 신랄한 비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평가 내용은 모두 공유했다. 이제 갓 입사한 신입직원이 회의 후 평가에서 달리오를 ‘독단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한다’며 최하점을 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조직으로 만들었다. 이 평가는 회의 참석자에게 공유되도록 했다. 여러 명이 수십 개의 항목에 맞춰 각 직원이 회의 때 내놓은 발언과 태도를 점수화하고 평가했다. 이 데이터는 알고리즘화돼 회의에서 나온 의견 중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도출되도록 했다.
숨 막히고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제도의 전제는 직급과 경험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브리지워터가 어느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전천후 펀드’를 개발하고 지난 30년 중 3년을 제외하고 수익을 낸 유일무이한 헤지펀드가 된 것은 운이 좋아서도, 달리오만의 뛰어난 능력 때문만도 아니다. 그가 실수를 통해 깨달은 대원칙을 조직문화와 시스템으로 승화시킨 덕분이다.
이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내가 좋아하고 편한 사람하고만 마주하고 살 수 없는 시대다. 때론 고약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고 사사건건 트집 잡는 상사하고도 대면해야 한다. 이럴 때 좀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아베 총리에서부터 데이비드 베컴까지 유력 인사들을 인터뷰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그는 대화 중간중간의 ‘정말요?’ ‘맞아요’ 등의 간단한 추임새만으로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의견이 다를 땐 ‘하지만’ ‘그러나’와 같이 역접어를 먼저 쓰기보다 “내 생각을 말씀드리겠다”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좋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내 삶을 좀 먹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기 위해 명상을 하고 단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러면서 ‘나는 잘될 거야’라고 수차례 되뇐다. 그러나 지나치게 긍정적인 생각은 오히려 성공을 방해할 수도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 적절한 부정적 생각은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채찍질한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호황기에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예방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2001년 9·11 테러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흑자를 낸 항공사가 됐다. 내 안의 어두운 감정을 끄집어내 보자. 스스로를 단련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