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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바의 수 外

이미영 | 248호 (2018년 5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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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 했다. 성경에도 다투는 여인과 사는 것보단 광야에서 홀로 사는 게 낫다는 구절이 나온다.

‘던바의 수’로 유명한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의 관점에서 보면 결혼이 달리 보일 수도 있다. 그는 결혼제도가 인간의 뇌를 다른 영장류와 차원이 다르게 발전시켰다고 본다. 결혼생활은 배우자와 끊임없이 감정을 교환하고, 그 안에서 생기는 불안정과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남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 노력한다. 한 번의 결혼이 평생을 좌우했던 과거에는 더욱 그랬다. 양육을 소홀히 하거나 부정을 저지르는 배우자를 선택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탄하고 화목한 결혼생활을 위해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뇌를 작동시켜야 했다. 던바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뇌가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던바 교수는 결혼제도를 ‘예찬’하기 위해 위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다. 그는 결혼을 예로 들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뇌의 진화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려 했다. 결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각기 다른 생각을 조율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수많은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공존하기 위해 서로의 감정을 살피고, 공감하며, 공동체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뇌는 어느 영장류보다 많은 뇌 주름인 ‘신피질’을 갖게 됐고, 동물과 차원이 다른 ‘사회적 뇌’로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무한대로 확장되지 않는다. 뇌에도 이러한 인간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92년 던바 교수가 인간의 친분관계는 많아야 150명이라며 그 유명한 ‘던바의 수’를 제시한 근거이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그의 주장은 온라인 관계가 강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도 유효했다. 수천, 수만 명과 관계를 맺고 있어도 정작 사람들이 안부를 묻고 생각을 공감하는 등 유의미하다고 느낀 친구는 150명 안팎이었으니 말이다.

던바의 수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빛을 발한다. 구성원들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공통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섬유소재로 유명한 고어텍스를 제조하는 회사 고어(Gore)가 150명이 초과하면 사업장을 분리하는 등 많은 기업이 던바의 수를 조직관리에 활용한다.

최근 국내외에서 조직관리 문제가 재점화됐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에 잘 적응하는 민첩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잠시 구글의 이야기를 참고해보자. 혁신의 상징이 된 구글이 2017년 180개 팀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가장 완벽한 팀의 조건을 ‘서로 의견을 경청하고, 신뢰하며, 실수를 이해해주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어쩌면 던바 교수가 남긴 건 ‘150’이란 숫자 그 자체가 아닐 것이다. 결국 인간의 본질은 관계이고,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발전하는 것이 진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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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 마음 같지 않다. 매일같이 잔소리하는 가족, 내가 완성한 일이 마뜩지 않은 상사, 어딘가 모르게 마음을 터놓기 불편한 동료. 하루가 불편하고 외롭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인 와타나베 준이치가 알려준 스트레스 관리법은 간단하다. ‘둔감하게 사는 것.’ 문제에 빠져들기보다 고민을 ‘쿨’ 하게 흘려보내라고 조언한다. 남들의 시선,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둔감력’이라고 명명한다. 남들에게 좀 욕먹고 주변 사람들이 좀 싫어하면 어떠한가. 결국, 우리는 모두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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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8월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축제 ‘버닝맨(Burning Man)’.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버닝맨에 대해 “가서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절대 본질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IT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최형욱 매직에코 공동 대표가 직접 이곳을 찾아 그가 경험한 버닝맨 축제를 공유한다. 이곳은 그저 웃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겨본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플랫폼인 셈이다. 자유로운 상상, 시도, 실패가 용인되는 이곳은 혁신을 상징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닮았다. 

이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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