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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젊음의 탄생’

“바다에 뛰어드는 최초의 펭귄이 되라”

서진영 | 15호 (2008년 8월 Issue 2)
고유가, 주가 하락, 부동산 침체, 스태그플레이션 압박, 독도문제와 금강산 사건 등 최근 뉴스를 보노라면 가끔 힘이 빠진다. 그러나 이런 뉴스가 있다.
 
“2050년에 한국의 서울은 아시아 연합국가의 수도가 된다.”
이는 계룡산에서 도를 닦고 나온 도사의 말도, 한국을 방문한 고위 인사가 인터뷰에서 한 덕담도 아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가 미래 문명의 비전을 제시한 저서 ‘프라테르니테(Fraternites)’ 첫머리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이 의견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나라는 냉전 붕괴 이후에도 자유와 평등의 이데올로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 한편으로는 ‘무한 경쟁사회’를 외치고 또 한 입으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부르짖는 모순 속에 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박애정신(프라테르니테)으로 두 가지 대립되는 가치를 조화하는 저력이 있다. 아탈리는 이러한 한국의 조화능력을 통해 서울이 아시아 연합국가의 수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립하는 가치를 엮어내는 조화능력. 그렇다면 이 시대의 리더는 어떻게 현재의 난관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연합국가 수도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이어령 교수는 ‘젊음을 탄생시키라’라고 외친다.
 
젊음의 탄생
젊음을 탄생시키라니 무슨 말일까. 올해 이어령 교수가 9개의 카드를 제시한 ‘젊음의 탄생(이어령 지음, 생각의 나무, 2008)’에서 답을 찾아보자. 

젊음의 탄생은 어린 아이가 열린 마음,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배우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자는 말이다. 경영자들의 입장에서 몇 개 카드를 통해 혁신의 맥락을 한번 찾아보자.
 
1)
먼저 왼쪽 도형을 보자 이 도형은 물음표와 느낌표의 결합이다. 무슨 의미일까. 
어린이와 젊은이는 당연한 것도 왜 그렇게 됐는지 항상 모든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또 하나, 의문점이 남아 있어도 필요한 때에는 과감히 실행한다. 
의문의 물음표와 실행의 느낌표가 합쳐진 바로 이 도형은 의문경탄호(interrobang)다. 이것이 바로 젊음의 상징이다.

영어권에는 ‘최초의 행동(First Penguin)’이라는 관용어가 있다. 펭귄들은 떼를 지어 바다에 뛰어들지만, 정작 바다에 뛰어들기 이전에는 일제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머뭇거린다. 바다 속에는 먹이도 있지만 천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리 가운데 한 펭귄이 용감하게 불확실한 바다로 뛰어들면 그때까지 머뭇거리고 있던 펭귄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젊음은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뛰어들 수 있는 First Penguin의 도전 정신을 지니고 있다. 젊음의 의문경탄호를 마음에 품고 불확실의 세계에 뛰어들자! 그곳에 혁신이 있다.
 
2)
젊음의 의문경탄호를 통해 도전 정신을 배워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었다면 미지의 세계를 헤매볼 필요가 있다 이 그림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개미의 이동선이다. 구불구불한 곡선 가운데 왼쪽 아래 부분에 있는 목표를 향한 직선이 보이는가? 

테일러리즘, 즉 과학적 관리법 이후 세계 기업들은 효율성을 최고 가치로 여겨왔다. 이 효율성은 곡선을 인정하지 않는 것,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표준화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대가 됐다. 비효율적이라 생각되는 곡선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시대가 됐다. 


생각해 보자. 3M이 실수를 허용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포스트잇을 만들 수 있었을까. 플래밍 박사가 포도상 구균 배양기를 철저하게 관리해서 곰팡이가 포도상 구균을 오염시키지 않았다면 세균성 질병으로부터 인류의 목숨을 지키는 페니실린이 생산될 수 있었을까. 


효율성에서 벗어나 우연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젊음을 누려 보자. 그곳에 혁신이 있다.
 
3)
막연히 돌아다닌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찾는 데 필요한 관점을 배워 보자. 왼쪽 그림은 무엇으로 보이는가? 대상이 오른쪽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오리, 왼쪽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토끼로 각각 보인다. 똑같은 그림이 다른 대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인지의 칼자루를 관찰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지의 칼자루’는 요즘 유행하는 ‘되고송’에 잘 드러나 있다. ‘되고송’ 장동건 편을 보자.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주름살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
꽃미남 후배 점점 늘어나면 연기로 승부하면 되고
스타라는 게 외로워 질 때면 옛날 친구 얼굴 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관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똑같은 상황에서도 불행을 선택할 수도, 행복을 선택할 수도 있다. 똑같은 위기 속에서도 좌절 또는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음 이야기를 살펴보자.


1991
년 연이은 태풍으로 일본 아오모리현의 사과가 90% 정도 나무에서 떨어졌다. 애써 재배한 사과가 거의 다 떨어지자 과수원의 농민들은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이때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고 이름 붙여 고가로 파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보통 사과 가격의 10배 이상 비싼 사과가 많은 수험생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 사람은 태풍으로 떨어진 90%의 사과보다 떨어지지 않은 10%의 기회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행복과 기회를 발견하는 토끼-오리 카드를 가슴에 품고 젊음을 누려라. 그곳에 혁신이 있다.
 
4)
새로운 관점은 퓨전에서도 만들어진다. 왼쪽 이상한 그림은 mash(섞다)의 m 및 up의 화살표(↑)와의 결합이다.즉 섞으면 상승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전기 엔진과 가솔린 엔진을 융합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또한 닌텐도 DS는 게임기에 두뇌훈련 프로그램, 영어 학습 프로그램 등을 장착함으로써 교육과 놀이를 결합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시장을 만들어 냈다.


섞어라! 버무려라! 그러면 혁신할 수 있다.
 
지금껏 젊음의 탄생에서 소개한 몇 가지 젊음의 매직카드를 살펴봤다. 혁신은 젊음의 시각에서 나온다. 젊어지자. 세상을 낯설게 인식함으로써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자. 기업의 리더는 이런 젊음을 유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젊음을 탄생시키자. 

이어령 교수가 제시하는 매직카드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 새로운 혁신의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젊음의 매직카드 9개를 모두 배우고 싶으면 이 책 ‘젊음의 탄생’을 꼭 한 번 읽어 보기 바란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CEO를 위한 경영서평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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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영

    서진영[email protected]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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