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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머리를 경영에 빌려라

김정수 | 6호 (2008년 4월 Issue 1)
“이 문제는 아인슈타인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필자가 컨설팅을 할 때 고객사 경영진들에게 당면한 문제가 매우 어렵고 심각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비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호기심이 들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경영 컨설팅을 한다면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과 앨런 그린스펀의 공통점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이 아닌 경제와 경영에 관심을 가졌더라도 당대의 누구 못지않은 업적을 남겼을 것 같다. 여러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보여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경제와 경영은 모두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이 아닌가.
 
CNN의 CEO와 ‘타임’ 편집장을 지낸 월터 아이작슨의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를 읽다가 약 20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맡았던 앨런 그린스펀과 아인슈타인이 상당히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린스펀도 아인슈타인에 못지않게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미국 금융의 수장 자리를 지키며 온갖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했으니 말이다.
 
이외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일(아인슈타인의 경우 실험이나 데이터 분석)을 위해 밤을 새워 일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자 속의 공’을 예로 들었다. 뚜껑이 닫힌 두 상자 가운데 하나에 공이 들어있다. 상자 중 하나에 공이 들어있을 확률은 얼마일까? 쉽게 2분의 1이란 답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100번에 걸쳐 실험을 해야 한다. 그리고 101번째 실험 결과를 예측한다면? 또다시 실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모든 물리학 현상의 기본이 되는 ‘일반 이론’의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확신했고, 그 결과물로 바로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내놨다. 모든 환경을 제어한 상황에서 하는 실험이 이럴진대,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상존하는 경영 환경에서 과거의 데이터만 의존한다면 그 설명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린스펀은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일 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가격 = 노동 비용 + 기타 비용 + 이윤
많은 사람들은 기업 이윤 증가를 인플레이션의 조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가격, 노동 비용, 기타 비용 등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린스펀은 노동 생산성, 특히 IT 등의 발달로 인해 서비스 부문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에 이윤이 늘었다는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내놓았고, 이를 근거로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만일 그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윤 증가 곡선만을 보고 이자율을 올렸더라면 미국 경제는 일찌감치 장기 호황에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그린스펀은 줄리어드 음대 졸업한 음악도 출신
둘째, 두 사람이 이렇듯 탁월하고 창의적인 이론 수립 능력을 갖게 된 까닭은 논리적 사고를 관장하는 ‘좌뇌’ 못지않게 창의적 사고를 위한 ‘우뇌’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걸어 다니면서 머릿속으로 연구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연구방식은 이른바 ‘시각적인 사고 실험(visualized thought experiment)’, 즉 머리 속으로 복잡한 물리 현상을 그려 가며 상상을 하는 방식이었다. 일찍이 그가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 것도 시각적 교육을 강조한 스위스의 교육 철학자 페스탈로치의 영향이 컸다.
 
아인슈타인은 어려서부터 바이올린 실력이 뛰어났고, 그린스펀은 줄리아드 음대를 정식으로 졸업한 음악도였다. 따라서 그들의 우뇌가 남다른 창의력의 원천이란 사실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몇 해 전 한 학습지 광고에서도 우뇌 개발을 강조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어린이뿐 아니라 경영자에게도 우뇌적 사고는 필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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