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돌을 던졌는지 한 상점의 쇼윈도 유리가 깨져 있다. 그런데 1주일째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 주인이나 관리인이 건물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깨진 유리창 앞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재미로 아무 거리낌 없이 돌을 던져 또 다른 유리창을 깰지도 모른다. 방치된 쇼윈도를 본 다른 사람들은 가게의 모든 유리창을 죄다 깨버리고 말 것이다.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이것은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 월간 저널 애틀랜틱에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1980년대 중반 미국 뉴욕 시는 빠르게 슬럼으로 변했다. 길거리는 온통 지저분한 낙서투성이였고, 더러운 지하철 역사에서는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범죄 발생률이 높아지자 기업과 중산층이 교외로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그 바람에 거리와 지하철은 밤은 물론 낮에도 한적해져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깨진 유리창을 없애면 된다.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는 강력한 의지로 정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뉴욕의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해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했다. 지하철 역사 내부의 벽을 깨끗이 청소하고 경범죄를 집중 단속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주위 환경이 전체적으로 더러울 때 사람들은 오물을 쉽게 버린다. 하지만 주위가 깨끗할 때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쉽게 들통 나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관리하면 큰 것은 저절로 관리된다.
이 이론은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커다란 경영 전략이나 비전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기업을 갉아먹고 있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문제들을 간과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기업들은 사소한 문제(깨진 유리창)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을 꾀할 수 있다.
1 대 29 대 300
‘깨진 유리창 이론’을 더욱 체계화한 책이 이번에 소개하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1920년대 미국의 여행보험회사에 다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엔지니어링 및 손실 통제 부서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다. 그는 실제 일어난 7만5000건의 사고를 정밀 분석해 그 결과를 ‘1 대 29 대 300 법칙’으로 정리했다.
큰 산업재해가 1번 발생한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재해가 29번 있었다. 또 운 좋게 재해는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사건이 무려 300번이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를 가리키는 1 대 29 대 300 법칙은 그 후 ‘하인리히 법칙’으로 불렸다. 이 내용을 토대로 한 책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 1931년 발간됐다.
이 법칙에 따르면 산업재해는 어떤 우연한 사건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충분히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있었던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수많은 실패 징후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