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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출근길의 독서, 집 근처의 도서관···인생 항해를 풍요롭게 하는 항해사

송규봉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현대인은 모두 바쁘다. 아니바쁘다. 바쁨을 과장하고 산다는 얘기다.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그러나 생각보다 굉장히 길다. 그 시간을 독서시간으로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2013 OECD 24개 회원국 16만 명을 대상으로 직업역량을 조사했다. 한국은 문해력에서 13, 수리력에서 17,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에서 15위를 기록했다. 세 분야 모두 OECD 평균 아래다. 국가적인 문제이지만 분석의 수준을 낮추면 기업 임직원의 역량 문제이기도 하다.

임직원 개개인들은통근길 독서자신만의 도서관, 자신을 위한 대학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CEO는 기업 차원에서 그들이 충분히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만 배려하면 어떨까.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지고 한국이 변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출근시간에 바뀐 인생

 

 

 

 

출근시간이 인생을 바꾼다. <지도 1>에는 한 직장인의 인생이 담겨 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사는 그는 여의도 증권사에서 근무한다. 종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4호선 수유역으로 향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다시 5호선으로 갈아타고 여의도까지 이동한다. <지도 1>의 예측대로면 622분에 버스에 올라 사무실에는 731분에 도착할 것이다. 실제로는 1시간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서울시민 평균 출근시간 47분보다 더 길다.1

 

1986년 입사해서 30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말단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비결을 묻자 지하철과 독서라고 답했다. 그는 이사, 이동, 이직 3가지에 엄격하다. 동기들이 강남이나 회사 가까이 이사할 때 일부러 우이동에 남기로 했다. 1998년에 운전면허를 땄지만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더 좋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응하지 않았다. 길게 내다보고 평판과 신뢰를 쌓아왔다.

 

1년에 200권씩 30년간 읽었다. “증권가 사람들처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시간을 만들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입사한 후 한동안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가 투자분석부로 오게 되면서 다시 책을 손에 잡았다. 부서 특성상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분량만이 아니다. 방향과 깊이다.

 

리서치센터에서 일할 때다. 그가 써낸 시장전망 보고서는 독보적이었다. 탄탄한 독서력으로 남들보다 빨리, 널리, 멀리 볼 수 있었다. 그는 매주 월요일 발표하는 주간 전망보고서를 주중 평일에 다 써놓곤 했다. 적중률도 탁월했다. 사내 임직원들과 외부 고객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강연, 기고, 저술, 방송 출연이 이어지며증권가의 미래학자로 불렸다. 그에겐 지하철이 연구실이었다.

 

금융일을 시작하며 그는 평생 공부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가장 주목한 것은 현재의 흐름을 짚어 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미래의 가치를 어떻게 현재로 당겨올 것인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세일즈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단편적인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다. 검색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지혜는 오로지 공부하는 자만이 얻는 것이다.”2 최근작 <세계가 일본 된다>도 그렇게 빚어졌다.

 

사관생도형 vs. 탐정형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은 공간적이다. 주로 사각형이다. 예를 들어 외국어학원의 이른 아침 강의실이거나 대학원 강의실이다. MBA 유학도 공간으로 상상된다. 캠퍼스와 강의실이 아니라면 인터넷 강의가 진행되는 모니터에 주목한다. 교과서나 교재까지 모두 사각형이다. 사각형과 연결된 자신을 상상한다. ‘이곳이 아니라그곳에서 찾는다.

 

‘증권가의 미래학자에게 자기계발은 주로 관계형이다. 땅 속 지하철에서 그는 수시로 다른 세계와 접속한다. 이탈리아의 높은 실업률, 중국의 과잉 공급, 일본의 재정 적자, 한국의 고령화가 별개의 데이터가 아니라 새로운 패턴으로 연결된다. 새로운 패턴에서 다시 선이 뻗어 나와 주요 산업별 전망으로 연결된다. 어느 공간에서건 접속상태를 시도한다. ‘그곳이 아니라이곳에서 찾는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 태도다. 자기계발의 고수들은 남의 방식을 존중하되 추종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어느 시대나 통용되는절대 진리형공식을 의심한다. 오히려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요리사처럼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자기계발은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칠판, 책상, 노트를 마주한사관생도형이 아니다. 현장에 남겨진 담배꽁초와 발자국 하나로 시작해서 범죄 전체를 재구성하는탐정형에 가깝다. ‘이곳저곳을 수시로 넘나드는 동적인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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