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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어떻게 늙는 것이 아름다운 것일까.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정년을 앞두고도 현실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아름답게 늙는 방법 중 하나가 가정을 돌아보는 것이다. 중국의 석학 후스는 무학의 아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임종을 앞두는 그가 세상의 남편들을 향해 삼종사덕의 말을 남겼다. 세 가지를 따르고 네 가지 덕을 베풀라는 것이다. “부인이 화장할 때 불평하지 말고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 부인의 생일을 잊지 말라, 부인에게 야단맞을 때 말대꾸 하지 마라, 부인이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말라”는 것이 사덕이다. 정신과 의사로 평생 일했던 저자가 본 환자들은 대부분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 가족 안에 가해자가 있고 가족의 병이 환자를 만든 것이다. 환자는 가족을 대표해서 병을 앓았던 것이다. 그 말을 뒤집으면 가정을 치유하면 사회도 치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한 재벌가의 ‘형제의 난’ 때문에 연일 시끄럽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 필자는 아흔이 넘은 아버지에게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가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을 걸로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자신이 나이 들었다는 사실, 자신의 시대는 지나가고 자식의 시대가 올 것이니 이쯤에서 은퇴하자고 결심하고 후계자 문제를 명확히 했더라면 문제가 이 지경으로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멋지게 나이 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책,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를 소개한다. 그는 신경정신과 전문으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집을 크게 지어 결혼한 자녀 부부와 네 명의 손자손녀까지 모두 삼 대 열세 명의 가족이 한집에 모여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간은 누구나 생노병사의 단계를 거친다. 태어나고, 늙어가고, 병들고, 죽는다. 우리는 이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할까? 과연 우리들은 이 과정에 대해 준비가 돼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일까? 그중 하나가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어른이고 성숙한 사람이다. 만약 선택도 하지 않고,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는 나이만 먹었지 성인이 아니다. 네팔의 결혼제도는 독특한데 말이 아닌 제도로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가르친다. 결혼을 위해 신랑 아버지가 술 한 병을 들고 신부 집에 간다. 신부 아버지에게 술을 권한 뒤 그가 이 술을 마시면 결혼을 허락한다는 의미다. 신랑 아버지는 신랑을 신부 집에 놔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일 년이 지난 후 양가 부모들이 모여 커플에게 “재미있느냐, 살만 한가”라고 묻는다. 두 사람 모두 그렇다고 답하면 계속 살게 하고, 한쪽이라도 싫다고 하면 그 즉시 원상복귀다. 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양가 부모가 모여 또 다시 좋은지, 계속 살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때도 역시 한쪽이라도 싫다면 원상복귀다. 아이를 낳은 후 또다시 모여 커플에게 어떤지를 묻는다. 둘 다 만족스럽다고 답하면 그제야 비로소 결혼식을 올린다. 이 과정이 빨라도 일 년, 길게는 5년까지 걸린다. 아이를 낳은 상태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이는 엄마 쪽에서 양육한다. 모계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을 한 후 이혼을 하게 되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다. 이들은 이혼한 사람을 가장 무시한다. 왜 그럴까? 시간을 두고 네 번이나 물었는데 이혼을 한다는 것을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네팔의 결혼풍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혼전에 동거를 하고 생활을 하면서 상대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는 것이다. 단점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있으면 계속 살 수 있고, 그게 안 되면 싫다고 답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단 자신이 내린 결정에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완했으니 이것이야말로 합리적인 것이다.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저자 이근후, 샘터사, 2014년
멋지게 나이들려면
철이 들었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철은 계절을 뜻한다. 철이 들었다는 건 철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성숙한 사람이란 철이 든 사람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네팔 사람들은 지혜롭다. 이들은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눈다고 한다. 봄에는 배우고, 여름에는 적응하고, 가을에는 참회하고, 겨울에는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것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마지막을 자유의 계절이라 부르는 것이 신선하다. 힌두교 역시 76세 이후의 삶을 자유의 시기라고 말한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일까?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겨울이란 사계절이 끝나가는 시기다. 죽음이 멀지 않은 때다. 삶과 헤어지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는 한편 섭섭하고 다른 한편으로 홀가분하다. 당연히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는 평온을 뜻한다. 자유란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평온한 태도이기도 하다.
‘노인정 대화’란 말이 있다.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이 있는 대화를 말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이가 들수록 대화상대가 필요하고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마땅치 않아 일어난 일이다. 그만큼 말이 고픈 것이다. 인간에겐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불통은 곧 죽음이다. 뒷방 노인네, 독거노인이란 단어를 들으면 고립, 단절 등의 단어가 연상된다. 독일 프레데릭 2세는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무슨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끼고 앉아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한 살 정도 된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다. 두 그룹의 아이들 모두 보살피긴 했다. 하지만 한 그룹은 먹이고, 재우고, 입히기만 할 뿐 전혀 말을 걸지 않았다. 기른다기보단 사육에 가까운 것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만 제공하고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말을 주고받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은 6개월이 지나면서 죽기 시작하더니 2년이 지나자 거의 다 사망했다. 놀라운 일이다. 소통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소통을 통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소통을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중죄인을 독방에 가두는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소통이 없는 삶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뭐든 서두르면 문제가 생긴다. 가장 빠른 길이 가장 느린 길이다. 그래서 영어속담에 ‘Haste makes waste’가 있다. 사는 것도 그렇다. 뭐든 급하게 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사는 것도 그렇고 산에 오르는 것도 그렇다. 산은 자연 리듬에 맞춰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 샹보체라는 곳에 에베레스트 뷰라는 호텔이 있다.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로 이동해 샹보체 근처의 간이비행장에 내려 호텔로 가야 한다. 이 호텔은 에베레스트를 정면으로 볼 수 있어 경치가 참으로 좋은 곳이다. 해발 3880m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를 보겠다고 경비행기를 타고 와 내리는 순간 고산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가장 쉽고 빠르게 에베레스트를 보는 방법이지만 산은 그런 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인 주인은 객실에 산소통까지 갖다 놓고 여러 방법을 쓰지만 영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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