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Theory in Movies
편집자주 20세기 사회과학이 이룩한 큰 업적 중 하나로 게임이론의 등장과 다양한 분야로의 확산을 꼽습니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적용은 아직까지 어렵고 요원한 게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속 명장면들을 통해 게임이론의 주요 개념들과 비즈니스 활용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게임이론에서 상대방의 행동 여하에 관계 없이 언제나 내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절대우위전략(dominant strategy)이라고 한다. 절대우위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경쟁자의 전략이 바뀌었을 때 그에 맞춰 나의 전략도 적절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실제 경영현장에서는 주변 환경이 바뀌고 경쟁자의 전략이 변했는데도 기존 전략을 절대적으로 신봉한 나머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성공한 기업일수록 과거의 성공 공식이 마치 절대우위전략인양 착각하다 스스로 족쇄를 채울 공산이 크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공의 유일한 비법은 동태적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변신하는 전략뿐이다. 지금 아무리 우월한 절대우위전략이라도 상황에 맞게 과감히 손질해가면서 업데이트해 나가야 한다.
아무도 거짓말을 못하는 착하고 순진한 세상에서 당신만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양심의 가책과 도덕적 망설임 따위는 일단 덮고 본다면 한번쯤 상상해 봄직한 상황 설정이다. 2009년 개봉된 영화 ‘거짓말의 발명(The Invention of Lying)’은 바로 이러한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마크 벨리슨(릭키 제바이스 분)은 ‘인류가 거짓말을 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다. 그는 어느 날 시나리오가 재미없다는 이유로 영화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줄곧 짝사랑했던 애나(제니퍼 가너 분)에게도 버림을 받는다. 거짓말을 못하는 애나는 마크가 못생겼고 무능력하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태연하게 덧붙인다.
졸지에 인생의 낙오자가 된 마크. 집세를 내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돈을 인출하려고 은행을 찾은 그는 우연한 순간에 인생 최대의 전기를 맞이한다. 시스템이 다운돼 잔고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의식적으로 은행직원에게 자신의 잔고를 부풀려 말한 것이다. 300달러 잔고를 800달러로 부풀린 것으로 보아 그는 아직 거짓말 ‘초짜’다. 그리고 만일 그의 거짓말이 금방 들통났다면 더 이상 스토리가 진전될 여지도 없다. 그러나 곧 은행 시스템이 복구돼 잔고가 300달러밖에 없다는 데이터가 뜨지만 순진한 은행 직원은 시스템 오류라고 단정짓고 마크에게 기꺼이 800달러를 지급한다. 거짓말의 놀라운 위력을 발견하게 된 마크. 그 다음부터는 거칠 것 없는 일사천리다.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마크의 거짓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마크는 카지노에 가서 뻔한 거짓말로 떼돈을 벌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시나리오로 쓰고 영화화해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성공한 삶을 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웃에게 거짓말로 삶의 희망을 주고,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하늘에 있는 분’이라는 상상 속의 존재를 만들어 영원히 행복한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을 준다.
상대방이 모두 진실만을 말할 때 나만 혼자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면 최대한 거짓말을 남발하면서 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정답이다. 실제로 인류가 등장한 이래 신의 권능이나 이데올로기를 빌미로 얼마나 많은 거짓말들이 난무했는지를 떠올려 보라. 게임이론의 표현으로는 거짓말이 바로 절대우위전략(dominant strategy), 즉 상대방의 행동 여하에 관계없이 언제나 내가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도 조금씩 거짓말의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나도 당연히 전략에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상대방의 거짓말을 뛰어넘는 ‘한술 더 뜬’ 거짓말을 만들어내든지, 상대의 거짓말을 역이용하든지, 만약 이도 저도 아니면 오히려 진실로써 대응하는 방법을 구사해 보든지….
하지만 실제 경영현장에서는 주변 환경이 바뀌고 경쟁자의 전략이 변했는데도 기존에 선택했던 전략을 ‘절대적으로’ 신봉한 나머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성공한 기업일수록 과거의 성공 공식이 마치 절대우위전략인양 착각하다 스스로 족쇄를 채울 공산이 크다. 톰 피터스1 나 짐 콜린스2 가 지적하듯이 성공 기업의 실패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바로 과거의 성공전략에 대한 자기도취와 착각에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업용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과거의 필름사업에 연연했던 코닥의 파산, 이동통신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해 놓고도 디지털과 스마트화의 속도에 뒤처졌던 모토롤라의 몰락 사례는 철 지난 절대우위전략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부러울 것 없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처음엔 수준 이하로까지 보이는 저급한 기술을 가지고 수면 밑에서부터 서서히 치고 올라오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기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도 결국 절대우위전략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즉 기존 기술 패러다임 내에서의 존속성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을 영원불변의 절대우위전략으로 과신했던 데에서 패인을 찾을 수 있다.3
결국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공의 유일한 비법은 동태적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변신하는 전략뿐이다. 지금 아무리 우월한 절대우위전략이라도 상황에 맞게 과감히 손질해가면서 업데이트해 나가야 한다. 컴퓨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IBM의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 나일론이라는 신비의 소재를 인류에게 선물했던 듀폰의 생명공학 기업으로의 변신 등은 절대우위의 미신에 빠지지 않은 모범적 성공사례라고 하겠다.
영화의 결말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 마크는 거짓말로 획득한 부와 명예로 애나와 다시 데이트를 하는 데 성공하고 청혼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애나는 마크를 사랑하지만 결혼 후 2세들이 마크의 뚱뚱하고 못생긴 유전 코드를 물려받을까 걱정된다며 마크가 가진 부와 명예가 유전 코드를 바꿀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속은 뒤집어지겠지만 어찌됐건 거짓말 한마디면 애나와의 결혼은 떼어 놓은 당상. 그러나 우리의 마크는 자신의 절대우위전략(거짓말)을 구사하는 대신 애나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길을 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속일 수는 없다는 로맨틱한 이유로. 이쯤 되면 영화의 결론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마크에게 감동한 애나는 자신이 진정 원했던 건 뚱뚱하고 못생긴 아이라고 말하며 마크의 청혼을 흔쾌히 수락한다. 몇 년 후 그들 부부는 거짓말 구사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뚱뚱하고 못생긴 2세를 낳는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mail protected]
필자는 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 학위와 동 대학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TRI에서 기술정책팀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주 연구 분야는 성장 및 투자 전략, 신성장 기술개발 전략 등이다. 저서로 <기업 성장의 숨겨진 공식(200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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