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WHEN VALUES ARE A BARRIER TO NEGOTI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열정적 확신이 있는 사람은 강한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믿음이나 원칙,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수십 년의 노력으로 일으켜 세운 가업이나 신성한 도덕적 가치, 조직 내에서 무언으로 지켜지는 관습 등 지켜야 할 대상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원칙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나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람에게 유익한 협상까지도 피하는 경우가 많다.
협상을 진행할 때 중요한 원칙을 지키면서 이익을 쟁취할 수 있을까? 원칙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돈이나 효율성과 같은 현실적 이득을 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업이나 상속 반지 등 감정적으로 깊은 의미를 가진 소중한 물건을 팔아야 때 판매자는 시장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매기게 된다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맥스 H. 베이저만(Max H. Bazerman) 교수는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신성한 가치를 두 가지로 나누는 편이 현명하다고 베이저만 교수는 충고한다.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포기한다면 윤리적 비난을 받아 마땅한 가치다. 반면 아주 소중해 보여도 가격만 적절하다면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 베이저만 교수는 이런 대상을 ‘유사 가치(pseudosacred)’라고 칭한다.
가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나 대상에 대해 매력적인 협상 기회를 만났을 때는 과연 그것이 절대 양보할 수 없을 만큼 신성한 가치인지 아니면 유사 가치에 가까운지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생각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거래를 진행할 의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거래를 진행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베이저만 교수는 말한다.
<하버드 협상의 기술(Bargaining with the Devil: When to Negotiate, When to Fight)>의 저자 로버트 누킨(Robert Mnookin)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협상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누킨 교수는 저서에서 사악하거나 타락한 혹은 비윤리적인 상대와의 협상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모래 위에 선을 그리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언제든 자신의 윤리적 기준과 범위를 바꿀 자격이 있다고 누킨 교수는 책에서 말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상대방과 협상할 기회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바로 소송을 건다. 단 한번의 행동을 기준으로 상대를 단정해버리는 인간의 성향은 갈등이 생기면 상대와 협상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칙에 얽매여 협상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대신 협상 진행 여부를 충분히 분석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누킨 교수는 말한다. 우선 자신과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몹쓸 사람’으로 만드는 감정의 덫에 빠지지 않았는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 그 사람의 관점을 주의 깊게 검토하면 상대의 행동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원칙이 훼손되는 건 아니다. 원한다면 언제든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협상의 비용과 편익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이때는 자신과 상대의 이해관계를 파악한 다음 협상 대안과 잠재적 계약의 개괄 사항, 협상을 진행할 경우 지불해야 할 다양한 비용,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윤리나 가치에 관한 자신의 우려를 상황에 적용해봐야 한다. 양심과 명예, 정체성에 관한 확신은 이성이 아닌 직감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자신의 본능적인 판단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상대와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결국은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결정한 후 마음이 편해지려면 내가 그 협상을 왜 포기했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해당 결정이 동료나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해야 한다.
핵심 가치나 정체성과 연관된 협상을 진행할 때 사람들은 경직된 사고를 가지거나 고집을 부릴 때가 많다고 로렌스 서스킨드(Lawrence Susskind) MIT 교수는 2010년 <니고시에이션> 기고문에서 말한 적이 있다. 중요한 가치가 협상으로 좌우된다고 생각하면 이를 지키려는 마음 또한 강해지기 때문이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상대와 충돌하면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협상으로 얻게 될 다른 이익을 간과하고 핵심 가치보다는 불신과 인신공격, 상대 탓하기가 협상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다.
핵심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서스킨드 교수는 말한다. 따라서 논쟁이 벌어지면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그 원칙에 도움이 되는 대화에만 집중하는 편이 좋다.
상대와 공감하고 마음을 솔직히 터놓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진다면 각자의 원칙에 가치중립적으로 접근하는 ‘인지적 이해(cognitive understanding)’를 목표로 삼는 편이 낫다. 누킨 교수와 스캇 R. 페펫(Scott R. Peppet), 앤드루 S. 툴루멜로(Andrew S. Tulumello)가 공저 <승리를 넘어서(Beyond Winning: Negotiating to Create Value in Deals and Disputes)>에서 보내는 메시지도 이와 같다.
논쟁이 발생하면 논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편의 생각을 되풀이해서 말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반복 점검(looping)’의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이를 통해 협상 참가자는 상대의 시각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서로를 대하는 데 도움을 줄 기본 원칙을 세울 수 있다.
협상에서 가치에 관한 논쟁이 시작됐을 때에는 상대의 가치관을 존중해 주는 것이 그 자체로 훌륭한 목표가 된다. 서로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차이를 받아들이는 방법 정도는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 |우정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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