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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of Pitfalls

‘행복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김민주 |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함정 (pitfall)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역설(paradox)이라 하기도 합니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고 소득과 환경수준이 비례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러한 대표적인 함정들을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소개합니다.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 때때로 움푹 패인 곳에 발을 디뎌 몸의 균형을 잃고 뒤뚱거린다. 보통은 곧바로 균형을 찾지만 잘못하면 넘어져 길에 나뒹굴기도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여러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 잘 헤쳐 나가지만 때로는 난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기도 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더욱 그렇다. 특히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우 당황스럽다. 이럴 때 우리는함정에 빠졌다’ ‘트랩에 걸렸다’ ‘환상에 젖었다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면 우리 시대에 우리가 겪는 함정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1인당 소득이 오르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행복도가 오히려 떨어질 때, 경제성장이 되면 환경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더욱 심해질 때, 시장경제에 최대한 자유를 주면 효율성이 높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 민주주의가 진전되면 될수록 정치가 잘 이뤄질 줄 알았는데 정치가 하염없이 표류할 때, 선택의 범위가 많아질 수록 합리적인 선택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쁜 선택을 할 때, 열심히 노력해 가까스로 승자가 됐는데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때 등이 바로 우리가 겪는 함정들이다.

 

이러한 현상에 우리는 역설, 모순, 딜레마, 함정, 저주, 환상이라는 단어를 붙여준다. 이런 현상들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역사에서 자주 발생하곤 했다. 선진국에서 나타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 보니 우리에게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행복의 함정이 대표적이다.

 

행복의 함정

우리는 마() 2만 달러의 덫에서 빠져 나와 본격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어떻게 되면 과연 선진국이 되는가? 우리가 잘 알듯이 1인당 소득이 3∼4만 달러가 되면 선진국인가? 아니면 대도시보다 중소도시가 더 잘 살면 선진국인가? 짝퉁을 만들 수 있어도 만들지 않고 진짜 럭셔리를 만들 줄 알면 선진국인가? 럭셔리 소비 측면을 보면 럭셔리 제품 소비보다는 럭셔리 서비스 소비가 더 늘어나는 것도 선진국의 한 지표다. 이처럼 선진국을 가늠하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행복도도 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행복도가 매우 높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1인당 소득이 올라도 행복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단계에 다다르면 선진국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에게는 행복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러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선 우리나라 헌법 10조를 보면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행복은 소극적으로는 고통과 불쾌감이 없는 상태를 추구할 권리이고 적극적으로는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일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행복추구권은 일찍이 존 로크의 영향을 받아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에도 나와 있다.

 

이렇게 헌법에 나오는 행복이 아니라 철학자, 예술가들은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앨버트 슈바이처는행복이란 건강하고 기억이 나쁜 것이다라고 말했다. 몸이 건강하고 과거에 일어났던 이런저런 일에 대한 생각에 얽매이지 않으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충실하게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다주듯이 충실하게 보낸 삶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다 준다고 말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면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원칙을 좋아하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행복에 대해서도 원칙 3가지를 제시했다. ‘행복의 원칙은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일을 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도 있고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관계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긍정적 사고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 작가인 막심 고리키는손에 잡고 있는 동안에는 행복이 작게 보이지만 놓치고 나면 얼마나 크고 귀중한지 알게 된다고 말하면서 현재 사소하게 느끼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행복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나름대로 정의 내려지고 있다.

 

그러면 행복은 과연 측정할 수 있어서 자신이 느낀 과거 행복도와 현재의 행복도를 비교하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다른 국가와 우리 국가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역시 다양한 측정 방법이 있다. 완전히 응답자의 주관에만 호소해 측정할 수도 있고, 응답자의 주관은 물론 소득, 취업 등 객관적인 통계까지 감안해 측정할 수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행복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전자의 방식이 맞다.

 

그러면 행복도와 1인당 실질소득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소득이 오르면 이에 비례해 행복도가 오르는 것일까? 아니면 반비례 관계일까? 아니면 어떤 관계도 없을까? 미국 경우를 한번 보자. 194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갤럽과 종합사회조사가 조사한 행복감과 1인당 실질소득을 그래프에 놓고 상관관계를 보자. 1인당 실질소득은 이 기간 중에 꾸준하게 상승해 왔다. 하지만매우 행복하다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은 1947년부터 1956년까지는 상승했지만 그 이후 2006년까지 꾸준히 완만하게 하락해 왔다. 그래서 2006년 행복도 비율은 1950년 비율 비슷한 수준이 돼 버렸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더욱 행복해지려고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일까?

 

미국,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들의 1인당 국민소득과 행복도를 비교하는 그래프를 한번 보자.(그림1) 1인당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들은 행복도가 매우 폭넓게 분포돼 있었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는 행복도가 매우 낮은 반면 소득 수준이 우크라이나보다 낮은 나이지리아는 행복도가 상당히 높았다. 불교국가인 부탄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지만 행복도는 매우 높다. 이것은 세상을 보는 사고 방식의 차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대한 둔감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까지 오를 때에는 행복도가 점차 높아졌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여기에서 더 높아지면 행복도는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세상을 보는 사고방식이 바뀌어서 그런지 긍정적인 사고에 근거한 국가의 행복도는 오히려 떨어져 행복도의 병목 현상이 보인다. 15000달러와 2만 달러 사이에서 이러한 행복의 병목 현상, 즉 행복의 함정이 나타나는 것일까?

 

한국의 경우를 보자.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거듭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15년 동안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제대로 넘지 못하는 정체 현상을 보였다. 이렇게 성장이 지체된 데에는 인구의 정체, 고령화 가속, 성장엔진 부재, 독자적 기술 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성장이 지체되자 취업 상황도 악화되고 그로 인해 중산층도 점차 무너져 분배의 문제도 심각해졌다. 도시와 농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괴리는 더욱 늘어나 취업 기회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증가했다. 더구나 자신이 가진 부동산, 증권 등 자산의 가치가 떨어져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부동산 가격이 매우 떨어져 집을 팔 수도 없고 현금은 부족해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급증했다. 또 과도한 교육 지출, 럭셔리 소비로 대표되는 과시 소비는 더욱 커져 저축이 크게 줄고 부채는 늘어나 실질 구매력은 더욱 감소했다. 아이들 출산과 양육 비용이 크게 늘어나 베이비 푸어(baby poor)도 대거 등장했다. 과거 고도 성장 시기의 기대감에 비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상대적 행복도는 더욱 떨어졌다. 어떤 사람의 표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젊은 층의 분노, 좌절, 포기는 심각하다. 젊은 층의 자살률 급증은 물론이고 고령층의 자살률 급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경제사회 상황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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