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사무실 책상에 붙어 앉아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약이 오를 정도로 햇살이 따뜻하다. 평범한 샐러리맨들이라면 “이렇게 날씨도 좋은데 우울하게 회사에 틀어박혀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두 번쯤 해 봤을 듯하다.
인간은 왜 일을 할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호구지책(糊口之策)과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양 극단으로 하는 스펙트럼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이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일터에 나가는 이유가 오로지 생계를 잇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나 만족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직장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자아실현의 통로라면 의욕적으로 맡은 바 일을 해 나가며 보람을 찾을 확률이 높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보람을 느끼는 직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생산성도 높다.
조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장치로 성과에 대한 보상, 특히 금전적 보상(monetary incentives)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경제•경영학 이론에선 금전적 보상의 강도가 커질수록 높은 성과(특히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성과를 Y축, 금전적 보상을 X축으로 잡았을 때 성과와 금전적 보상 간 상관관계는 우상향 직선이나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우리 그니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앨도 러스티치니 미네소타주립대 교수가 이스라엘 하이파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는 이런 예상과 달랐다. 대학생들에게 일종의 IQ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고정 참가비에 더해 정답률에 따라 일정 성과금을 주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금전적 보상과 성과(IQ)의 관계는 ‘U자’형으로 나타났다. 이는 돈(성과금)을 주려면 아주 많이 주든지 아니면 한 푼도 주지 말아야지 어정쩡하게 줬다가는 역효과만 난다(pay enough or don’t pay at all)는 뜻이다. 캐틀린 포코로니 독일 쾰른대 교수도 쾰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니지•러스티치니 교수의 실험에서와 달리 ‘역(逆)U’자형 커브를 그렸다. 인센티브를 주기는 주되 너무 많이 주지는 말라(pay-but do not pay too much)는 게 이 실험의 교훈이다.
금전적 보상과 성과의 상관관계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위 실험 결과도 과업의 종류와 특성, 성과금의 크기, 피험자의 동기부여 수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보너스를 많이 준다고 언제나 더 높은 성과를 내진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금전적 보상 같은 외재적 보상(extrinsic motivation)만으로는 업무에 대한 동기 부여를 충분히 하기 어렵다. 조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에 대한 만족감, 성취감, 자부심 등 내재적 동기 부여(intrinsic motivation)가 필요한 이유다.
자신의 직업을 호구지책으로 받아들일지, 혹은 자아실현의 창구로 여길지의 문제는 1차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보람이나 만족감을 느끼기 힘든 ‘밥벌이’ 장소로 일터를 만들지, 아니면 사명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가치창출’의 장으로 만들지는 리더의 몫이다. 단순히 ‘2020년 OO조원 매출액 달성’ 등 재무적 목표가 아니라, 펩시콜라 CEO를 애플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계속 아이들에게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삶을 보내고 싶은가,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잡고 싶은가?”라고 설득했던 스티브 잡스처럼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삶을 걸 만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만이 21세기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