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설적 의사로 꼽히는 편작(扁鵲)은 죽은 사람도 능히 살릴 만한 명의였다고 한다. 그는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돌며 의술을 펼쳤는데 특히 괵(
‘환자가 교만해 병리를 따지지 않는 게 첫 번째 불치병 환자다(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 일불치(一不治)는 교만하고 방자해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환자다. 병에는 원리가 있고, 그 원리를 알아야 치료를 하는데, 주관적인 판단만 중요시하고 정확한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교만한 사람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편작이 제나라에 갔을 때 제나라 왕 환공(桓公)은 편작의 진단을 믿지 않아 결국 골수암으로 죽고 말았다. 주로 고위직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의사를 불신하거나 병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몸을 가볍게 여기고 재물을 중시하는 게 두 번째 불치병 환자다(輕身重財, 二不治也).’ 이불치(二不治)는 자신의 몸보다 돈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몸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돈과 재물을 중시해 몸을 가벼이 부린다면 이또한 불치병이라는 지적이다. 열심히 일해 돈도 벌고 지위도 높일 수 있지만 건강을 잃으면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 그러니 몸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옷을 적절하게 입지 못하고 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지 못하는 게 세 번째 불치병 환자다(衣食不能適, 三不治也).’ 삼불치(三不治)는 옷과 음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옷은 추위를 견딜 정도면 적당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울 만하면 적당한데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고 편안한 것만 쫓는 환자는 어떤 명의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먹고 입는 것이 중용과 적절함을 잃으면 건강이 깨진다. 건강의 가장 기본은 적당한 섭생과 보온이다.
‘음양의 균형이 망가지고 기가 안정이 안 돼 있는 사람이 네 번째 불치병 환자다(陰陽幷藏, 氣不定, 四不治也).’ 사불치(四不治)는 음양의 평형이 깨져 혈기가 안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음양이 장기를 장악해 혈맥 소통이 단절되면 기가 불안정해져서 돌이킬 수 없다는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기력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오불치(五不治)는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의 사람이다(形羸不能服藥, 五不治也). 명약이 있어도 그 약을 받아들일 만한 기본 체력을 갖고 있지 않은 환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많은 의사들은 걸을 수 있고 약을 먹을 힘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게 여섯 번째 불치병 환자다(信巫不信醫, 六不治也).’ 육불치(六不治)는 무속에 빠져 비과학적 방법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다. 편작이 살던 시대에도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병은 원리를 알고 고쳐야지 신비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다.
편작은 명의도 손들 수밖에 없는 ‘육불치(六不治)’ 환자의 유형을 말하면서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있더라도 병이 중하게 되며 고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역으로 말하면 자신의 주관적 고집을 버리고 전문가에 몸을 맡겨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병이 어찌 몸에만 있으랴! 조직을 이끄는 리더도 혹여 이런 불치병에 걸려 조직을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한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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