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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Management

워런버핏과 분리불안

최명기 | 60호 (2010년 7월 Issue 1)

옛날에 어떤 집 앞에 아이들이 와 놀면서 매일 시끄럽게 굴었다. 집주인이 소리를 지르면 아이들은 잠깐 숨었다가 또다시 나타나서 더욱 시끄럽게 놀았다. 집주인이 나타나면 “와”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달아났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집주인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무섭게 대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고민 끝에 기가 막힌 수를 생각해냈다. 아이들에게 500원씩 나눠주면서 동네 아이들을 더 많이 데리고 와서 떠들라고 했다. 그는 집 앞에서 노는 아이들 모두에게 매일 500원씩 나눠주었다. 며칠 후엔 1000원씩 줬다. 아이들의 기대치는 올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은 아무 예고도 없이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났다. 집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돈을 받지 못하니 아이들은 그 집 앞에서 노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아이들은 며칠 동안 집주인이 혹시 나타나서 돈을 주지 않을까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집주인은 아이들이 집 앞에 한 명도 없는 걸 보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에게 있어 뛰어노는 건 그 자체가 재미였는데 돈이 개입되면서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놀이의 고유한 즐거움을 돈이 빼앗아버린 셈이다.
 
돈의 부재가 가져오는 허탈함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일이 재미있냐고 물어보면 “일이 재미로 하는 거냐”고 대답한다.일하는 게 재미없고 힘들다고 말한다. 돈 때문에 일한다고 생각하면 일 안에 내재된 재미를 찾기 어려워진다. 운동선수들은 처음엔 남보다 잘한다는 것, 실력이 점점 나아지는 데서 오는 즐거움 때문에 운동한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되고 상당한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되면 운동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한계에 부딪혀서 연봉이라도 깎이게 되면 그나마 남아 있는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회사를 차렸을 땐 돈도 돈이지만 자기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하지만 나중엔 점점 더 돈이 중요해진다. 돈이 안 벌리는 일, 돈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엔 손을 대고 싶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돈이 없어지면 우리 모두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게 될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막상 어느 날 갑자기 돈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돈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바이러스가 이 세상에 퍼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우선 사람들은 허전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예로 술을 매일 마시던 사람이 건강 때문에 술을 끊게 되면 허전함을 느낀다. 저녁 때면 매일 술자리가 있었는데 일단 저녁 시간에 큰 공백이 생긴다. 술자리 약속을 만들고 기대하면서 지내던 시간도 공백으로 다가온다. 그의 일상은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는 걸 준비하고, 술을 마신 후유증에 대해 대처하고,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변명을 하는 것으로 이뤄졌는데 술이 없게 되면 텅 빈 삶을 마주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부담돼 다시 술을 마시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돈이 원수라고 하지만 돈이 없으면 그 허전함을 지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돈이 없으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그리워하며, 무엇을 갈망하며 지낼 것인가? 과연 사랑과 창의력과 재미와 가치가 돈의 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돈이야말로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들 사이를 소통시키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게 하는 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돈이 없으면 고민이 많아지고 선택의 폭이 없어지기 때문에 삶이 힘들다. 물론 돈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돈과 행복 간에 상호관련성이 매우 약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또 아무리 많은 돈도 죽음의 순간에는 다 내려놔야 한다는 걸 모르는 이도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돈의 부재가 가져오는 허탈함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워런버핏과 돈
무언가의 존재가 없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을 심리학적으로는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부모 혹은 그에 준하는 돌보는 이가 눈에 보여야 안심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혼자라는 느낌은 심한 불안을 야기한다. 혼자서 시간을 보낼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아이들은 위안을 받는다. 아이들이 위안을 얻는 대상을 중간대상(transitional object)이라고 한다. 흔히 중간대상은 물건인 경우가 많다. 어린 아이들에게 중간대상은 인형이나 담요가 많다.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된다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을 때는 잠자기 전이다. 잠자기 전엔 완전히 혼자가 된다. 그래서 어떤 아이는 테디베어 인형을 꼭 껴안고 자고, 어떤 아이는 미키마우스 담요를 덮고 잔다. 잠 자기 전엔 꼭 그 인형과 담요를 찾는다. 야단을 맞은 후에도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무엇인가를 찾는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는 그것이 텔레비전이 되고, 누구에게는 책이 되며, 누구에게는 그림그리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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