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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必有隣 덕을 갖춰라, 사람이 모인다

박재희 | 59호 (2010년 6월 Issue 2)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고가(故家)에는 덕필유린(德必有隣)이라는 인촌선생의 인생철학을 잘 나타내 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덕()은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으로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덕()으로서 사람을 대하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결국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동양에서 경영자를 평가하는 기준 중에 ‘덕()’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아무리 학식과 재산이 많아도,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덕()을 갖춘 사람을 군자의 전형으로 여겼다. 인덕(人德)이 있는 사람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는 생각은 우리 가슴 속에 유전자처럼 내려오는 기본 정신이다. 논어에는 덕()을 다양한 측면에서 언급하고 있다.
 
덕()은 사람을 얻는다(得人). 덕이 있는 사람은 북극성에 비유된다. 밤하늘 북쪽하늘에 빛나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들이 그 주위를 돌며 운행을 하듯이, 덕을 가진 리더의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들의 마음을 주고 복종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덕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爲政以德). 그것은 마치 북극성이 자기 자리에 있으면(北辰居其所) 모든 별들이 그 주위를 중심으로 도는 것과 같다(衆星共之). 옛날 사람들은 북극성을 별들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북극성이 하늘의 중심에서 모든 별들의 구심점이 되듯이 덕을 가진 리더는 모든 사람들의 중심이 되어 조직을 이끌어나간다. 따뜻한 리더의 배려는 조직원의 존경을 얻는다.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덕으로 사람을 대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다.
 
덕()은 사람의 진심을 움직인다(動人).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두 축은 법과 덕이다. 법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한 방식 중에 하나다. 법에 의한 통제는 개인의 자각과 자율과는 거리가 멀다. 법망만 피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없게 된다. 리더가 법령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거나(道之以政), 형벌로 통제해 나간다면(齊之以刑), 백성들은 그 법령만 빠져나가면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民免而無恥). 그러나 지도자가 덕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고(道之以德), 예로서 통제해 나간다면(齊之以禮), 백성들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며 또한 선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有恥且格). 법에 걸리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 법만 빠져 나가면 어떤 수치감도 느끼지 못하는 조직은 불행한 조직이다.
 
덕()은 파급력이 빠르다. 법이나 제도가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파급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지도자의 인성과 덕이 조직을 더욱 빨리 변화시킨다는 논리다. 지도자의 덕이 조직에 파급되는 속도(德之流行)는 파발마로 명령을 전하는 것보다 빠르다(速於置郵而傳命). 망해가는 기업을 맡은 리더가 따뜻한 덕으로서 직원들을 대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기업을 흑자로 돌아서게 했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덕으로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 규제로 일관되어 조직을 이끄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德不孤, 必有隣). 덕을 행하는 것은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를 따르는 사람을 있게 한다는 뜻이다. 논어의 이 구절에서 ‘덕필유린(德必有隣)’이라는 성어(成語)가 나왔다.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들의 고민은 많다. 나와 함께 꿈을 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 그 꿈을 실현시킬 것인가는 리더들의 영원한 숙제다. 제도를 바꾸고, 상벌체계를 정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제도나 강압은 결코 지속적이거나 효과적이지 않다. 어쩌면 그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따뜻함으로 감싸줄 때 그들의 마음은 쉽게 움직일 것이라는 믿음이 덕()의 리더십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君子之德風),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小人之德草). 바람이 불면 풀은 그 바람 부는 대로 눕게 된다.’ 논어에서 말하는 덕()의 위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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